[이라크 개전 1주년] 中. 이라크 최고지도자 알시스타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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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이라크 내 최고지도자는 시아파 성직자 아야툴라 알리 알시스타니(75)다.

이라크는 지금 그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고 할 수 있다. 지난 5일 이라크 임시헌법 서명식이 돌연 무산된 것도, 사흘 뒤에 서명이 성사된 것도 모두 그 때문이었다고 한다.

25명으로 구성된 이라크 최고 권력기구인 과도통치위의 시아파 위원(13명)들은 최근 모두 알시스타니의 의중에 따라 움직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라크 내에서 대통령감으로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이브라힘 알자으파리 위원도 최근 알시스타니를 자주 찾는다.

시아파 종교적 해석의 최고권위인 '마르지아' 지위에 있는 그의 말 한마디가 향후 대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선출한 과도통치위도 이제는 미국의 손에서 떠났다고 할 수 있다.

수니파인 사담 후세인 대통령 집권 시절 가택연금 상태에서 은둔생활을 해 왔고 바그다드 함락 직후에도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한 그가 최근 급부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그의 온건노선이다. 미국 주도의 전후 통치를 "일단 지켜보자"는 그의 의중에 시아파들은 따랐다. 후세인의 독재정권에 시달리던 시아파들은 '타협도 할 줄 아는' 온건한 지도자를 원했다. 미국 입장에서도 알시스타니의 이 같은 입장은 이라크 전후 안정화를 추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여기에 그의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모든 종교지도자가 암살당하거나 자멸했다. 또 다른 아야툴라인 이라크혁명최고위원회 모하메드 알하킴은 지난해 8월 암살됐다.

후세인 집권 시절 최고 지도자였던 알사드르의 아들인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주도하는 사드르당은 지나치게 과격한 반미.반점령 노선을 추구, 국민과 미국에 의해 따돌림받고 있다.

그러나 알시스타니의 득세로 이란식 '신정(神政)수립'에 반대하고 있는 미국은 난감한 처지다. 이란 태생인 그가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 미국이 지난해 11월 제시한 주권이양 계획에 반대하고 조기총선을 요구해 미국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의 요구는 결국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총선 실시라는 중재안 도출로 이어졌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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