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閏8월은 凶月-예식장.여행사 때아닌 9월特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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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예부터 음력 윤(閏)달에는 결혼이라는 경사(慶事)대신 묘소손질 등의 흉사(凶事)등이 주로 치러졌다.지금도 마찬가지다.
예년같으면 황금의 결혼시즌인 9월25일~10월23일이 올해는윤8월이다.
신혼부부들이 이 시기를 피해 결혼식을 올리려고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9월 셋째.넷째 주말의 신혼여행 항공좌석과 예식장에대한 예약이 이미 거의 동났다.장례업계는 윤달 기간중 수의(壽衣)와 관을 미리 준비해두려는 전화 문의가 잇따 라 내심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일요일인 9월17,24일 괌.사이판노선 좌석이 1백% 예약을 보여 평소와 달리 대기자 명단도 안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 항공사 관계자는『호주.뉴질랜드.마닐라.하와이의 경우는 아직 약간의 좌석이 남아있다』며 『초과예약된 신혼부부를 위해 9월 셋째.넷째 주말에는 괌.사이판.방콕노선에 특별기를 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신혼여행 출발시간대인 오후6시 이후의 신혼여행지 항공좌석은 일반 여행객분을 제외하고 3천여석에 불과,좌석을 확보하려는 여행사들의 쟁탈전은 「전쟁터」를 방불케하고 있다고 여행업계관계자는 말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93년에도 한차례 있었다.해외여행 붐이 일기 시작한 당시 윤달이 끼어있었던 4월22일~5월20일을 피해 결혼식이 몰려 여행사마다 항공좌석을 구하느라 한바탕 법석을 부렸다. 평소 주말에 결혼식을 올리는 신혼부부는 전국적으로 약 7천5백쌍 정도다.현재 윤8월이 들어있는 기간중 강남의 M예식장의 경우 예약률이 평소의 50%를 밑돌고 있다.
이달말 결혼을 하는 김미영(金美英.30)씨는 『원래 10월에예식을 올릴 생각이었으나 윤달에는 결혼을 안한다는 시부모님의 말에 따라 결혼일정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서울마포구아현동 아현장의사 김정이(金正二.58)사장은『윤달에노인분들의 수의를 미리 장만해 놓으면 장수한다는 속설을 믿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며『윤달이 낀 9월말부터 한달동안 손님이더 늘 것』이라고 말했다.무의탁노인 무료장례식 을 치러주기도 하고 일반인들에게 수의도 판매하는「임종의 전화」관계자도『윤달에수의와 관을 사두겠다는 전화와 가격을 문의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金世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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