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8.15大赦免.復權의미-집권후반 새출발 파격적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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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단행한 8.15 사면.복권은 파격적이다. 金대통령은 자신의 반대자들에게 15대총선 출마와 정치활동재개의 기회를 주었다.
박태준(朴泰俊)前포철회장에 대해서는 공소취소로,박철언(朴哲彦)前의원에 대해서는 복권으로「자유」를 주었다.
이같은 조치는 철저한 보안끝에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극적이다. 金대통령은 비록 혜택을 베풀어도 이들,특히 朴前의원의 자신에 대한 공격이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 않음에도 그렇게했다.
金대통령은 또 율곡비리등 대형비리사건 관련자에 대한 사면.복권과 감형조치를 단행했다.
이종구(李鍾九).이상훈(李相薰)前국방부장관등 과거 軍수뇌부의상당수가 혜택을 입었다.
정주영(鄭周永)현대그룹명예회장과 김우중(金宇中)대우그룹회장.
김승연(金昇淵)한화그룹회장등 경제인도 대거 포함시켰다.
고령의 미전향장기수들을 형집행정지로 풀어주고,김근태(金槿泰).장기표(張琪杓).김현장(金鉉奬)씨등도 사면.복권했다.
金대통령은 국민생활과 직결된 경미한 범죄에 대해서는 국회 동의를 얻어 일반사면을 실시할 방침도 동시에 밝혔다.
이는 金대통령이 93년 3월6일 자신의 취임초 실시한 사면.
복권을 넘어서는 대규모의 은전(恩典)이다.
金대통령이 사면.복권을 통해 지방선거 패배이후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할 것이라거나,사면.복권이 개혁의 후퇴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선거사범이나 새정부 출범후의 사정대상은 제외시킬 것이라던 당초의 「작은 계산」을 무 색케하는 조치다. 이로 미루어 金대통령은 스케일 큰 사면.복권을 통해 두가지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우선 그는 광복 50주년을 기해 모두 새롭게 출발하자는 자신의 뜻을 분명히 하고자 한 것 같다.
미전향 장기수와 공안사건에 관련된 재야 인사들을 대거 포함시킨 것에서 이번 사면.복권이 지난 50년을 마감하고 새로운 역사를 열어나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는 金대통령의 희망을 읽을수 있다.
金대통령은 청와대 수석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대사면과 관련,『특별사면은 규모도 크지만 내용면에서도 전례없는 조치를 했다』며 『광복50주년을 맞아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자는 뜻』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金대통령은 또 『국민 대화합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대담한 결단이었다』면서 『일반사면도 정기국회가 열리면 동의를 얻어 단행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두번째는 후반기임기 개시일이 단순한 의식(儀式)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출발임을 이번 사면.복권으로 선언했다는 점이다.
집권후반기를 자신은 물론 국민 모두 새로운 마음가짐과 각오로출발하자는 취지에서 가능한한 많은 인사에게 혜택을 준 것이다.
이를 위해 金대통령은 통상적인 법개념차원을 넘어서는 국가통치권자의 고유권한인 사면.복권의 권한을 이번에 거의 최대한으로 사용했다.
동시에 金대통령은 이같은 파격적 사면.복권으로 과거 정권들이정국의 위기 상황이나 취약한 정통성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단행했던 사면.복권과 차별화하려고 한 것 같다.
이와함께 金대통령의 사면.복권에서 특기할 부분은 경제인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는 경제인들에 대한 金대통령의 새로운 인식을 가시화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10일 30대그룹 총수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밝혔듯이 국가 발전에 대한 경제인들의 기여를 인정하고 이번 사면.복권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시킨 것이다.金대통령과 재계사이의 봄기운은 이번조치로 더욱 완연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金敎 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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