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 부진늪 탈출 최근 2연속 정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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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세계골프는 바야흐로 장타자의 시대-」.
미국에는 존 댈리가 있고 한국에는 김주형(金柱亨.상무)이 있다.「한국의 존 댈리」로 불리는 아마추어 간판 김주형의 샷이 되살아나고 있다.드라이브 평균비거리 2백70로 존 댈리에 버금가는 국내최고 장타자인 金이 지난 2년간의 부진을 말끔히 씻고올들어 특유의 장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것.
金은 지난달 2일 송암배 아마골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더니 지난주 영남오픈에서 또다시 아마추어 1위를 차지하며 시즌 2승째를 장식,제 2의 전성기를 예고했다.
경기고 1년때인 지난 89년 매경오픈에서 아마부문 우승을 차지한 것을 비롯,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아마 최강자로 군림해왔던 金은 지난 2년간 「이유없는 이유」로 슬럼프에 빠졌었다. 80대를 밥먹듯이(?) 치며 선수답지 않은 스코어로 번번이 예선탈락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고려대 2학년 재학중 연초 상무에 입대한 金은 입대후「부드러운 남자」로 변했다.
무조건 내지르던 과거와는 달리 공을 달래는 스윙을 하고 있다. 드라이버의 정확도도 몰라보게 향상됐다.
대회당 2,3개씩 나오던 OB도 거의 없어졌다.
청룡언월도(靑龍偃月刀)를 가진 관우가 적토마를 얻은 격.
『너무 어린나이에 골프를 시작해 사실 지금까지는 골프의 의미를 몰랐어요.그러나 군대생활을 하면서 샷 하나하나의 소중한 의미를 깨달았어요.그러다보니 정신집중이 잘되더라고요.』 한번 실수하면 자제력을 잃던 과거의 나약한(?)모습도 사라졌다.오히려위기에 강한 「군인」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송암배에서는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날 황준선에게 동타(5언더파 2백83타)를 허용한뒤 연장전끝에 우승하는 끈기를 보였다.
『존 댈리보다 더 유명한 세계적인 선수가 되겠다』는 金의 얼굴에는 군기가 바짝 든 일등병의 모습이 역력했다.
〈金鍾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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