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권 신경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13일 전북 김제시 애통리 AI 방역초소를 찾아 방역요원을 격려하고 있다. [김제=연합뉴스]

손학규 대표 체제 이후 당권의 향배와 당의 진로를 두고 통합민주당 내 각 계파와 당권 주자들 사이에 신경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11일 박상천 대표가 “서울에서 7석밖에 얻지 못한 게 가장 뼈아프다. 당 정체성과 정책 노선을 선명히 부각하지 못한 탓”이라며 손학규 체제를 비판하고 나선 게 도화선이 됐다. 박 대표의 발언은 구민주당계의 당권 장악 기도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구민주당계의 움직임은 구체적이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열린우리당식의 좌파적 색채를 벗고 중도개혁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당내 다른 세력들과 연합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학규계는 맞대응에 나섰다. 손 대표와 가까운 전병헌 의원은 13일 성명에서 “수도권 최전방이 아닌 후방에서 안전하게 당선된 분이 지도부 책임론과 교체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야박하고 정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친손(親孫) 인사 중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부겸 의원은 “지금은 당의 하부조직을 복원하면서 새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에 맞설 대안을 치열하게 연구해야 할 때”라며 “조기 전당대회는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송영길 의원도 “손 대표의 정체성 운운하며 추상적인 노선을 내세워 계파 싸움을 벌이면 다시 망하는 길”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외교·경제·사회복지 정책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 ‘새로운 진보’의 내용을 채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른 예비 당권주자들도 경계심을 드러냈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왜 졌는가에 대한 성찰 없이 누구를 중심으로 지도부를 구성할지에 매달리면 또 다른 패배를 준비하는 것”이라며 “인사파동·대운하 등 수많은 민생사안에 목소리만 높였을 뿐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손 대표와 박 대표 양쪽에 거리를 둔 발언이다. 당내 개혁·진보 세력의 복원을 주장해 온 천정배 의원은 “전당대회는 창당에 준하는 정체성과 정책적 입장에 대한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며 “지도부 선출은 그런 과정의 산물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민생 현장 다시 나선 손학규=손 대표는 이날 오후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전북의 김제 지역을 방문했다. 총선이 끝난 지 4일 만이다. 전북 지역 최규성·조배숙 의원 등과 김제시 용지면 AI 방역초소를 방문한 그는 “피해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며 “국가적 재난이어서 방역 인원이 많이 필요한데 전염을 우려해 나서는 사람이 없다.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손 대표 일행은 이날 점심 김제의 한 식당에서 삼계탕으로 오찬을 했다.

임장혁·김경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