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섬세함이 연구에는 제격" 유네스코 '여성 과학자상' 시상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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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지난 11일 프랑스 파리 시내에 있는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본부에서 '세계 여성과학자상'시상식이 성대히 열렸다. 중앙유럽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바이라 비케 프레이베르가 라트비아 대통령, 고이치로 마쓰우라 유네스코 사무총장 등을 비롯해 유네스코 관계자와 프랑스 과학계 원로 등 1000여명의 귀빈이 참석한 자리였다. 수상자는 대륙별로 5명이 선정돼 각 10만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5명 중 남미.아프리카.아시아 대륙 수상자를 인터뷰, 여성 과학자로서의 어려움과 과학에 대한 열정을 들어봤다. [편집자]

세계 여성과학자상은 다국적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과 유네스코가 공동으로 수여하는 국제적 권위의 상으로 1998년 제정됐다. 여성 과학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상중 가장 상금 규모(수상자 5명 각 10만달러, 신진 과학자 펠로십 15명을 위한 장학금 각 2만달러)가 크고 권위가 있어 '여성 과학자들의 노벨상'이라 부를 만하다. 생명과학과 재료공학분야에서 해마다 번갈아 시상하며, 올해는 생명과학 분야가 수상 대상이다.

마쓰우라 사무총장은 "양성 평등적이어야 할 과학이 아직 남성 위주인 점을 개선하기 위해 상을 제정했다"며 "수상자들을 역할 모델로 삼아 더 많은 여성이 과학의 길에 뛰어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여성 과학자들은 중요 결정을 내리는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그 비율이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진국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만 해도 1904명의 국립과학원 회원 중 118명만이 여성일 뿐이다. 유네스코의 2000년 통계를 보면 세계 여성과학자 비율은 생명과학 분야가 45%인 데 비해 화학은 30%, 물리학은 20%, 공학은 17%에 그치고 있다.

720명의 역대 노벨상 수상자(평화상과 문학상 포함)중 30명만이 여성인데, 그나마 과학상 분야는 물리학상 2명, 화학상 3명, 의학상 6명 등 11명에 그치고 있다. 여성 과학자상은 이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해 보려는 유엔 기구와 다국적 기업의 노력의 일환이다.

로레알 최고경영자(CEO)인 린드세이 오웬 존스 회장은 "역대 수상자들을 중심으로 각 대륙에서 여성 과학자들의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심사위원단은 노벨의학상(74년)수상자인 크리스티앙 드 뒤브 교수를 위원장으로 15명의 대륙별 저명 과학자가 망라돼 있다.

한국에서는 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유명희 박사가 98년 1회상을 수상했으며, 2000년 포항공대 박준영씨가 신진과학자 장학금을 수상한 바 있다. 유명희 박사는 2002년에 이어 올해도 심사위원단에 참여했다. 유 박사는 "기초 연구 중에서도 인류의 질병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에 심사위원들의 표가 몰렸다"며 "남편과 공동 연구를 한 경우에는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연구 노하우가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 심사 기준이 됐다"고 말했다.

파리=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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