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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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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호 16면

1 튤립·아네모네·팬지·수국 등 봄꽃을 이용해 만든 화사한 꽃장식. 바구니를 활용한 꽃장식은 풍성한 느낌과 함께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좋다.

“이것 봐, 너무 예쁘지? 화초 사러 가야겠어. 우리 집에도 정원을 만들면 좋을 것 같지 않아, 응?” 미국 동화작가 타샤 튜더의 최근 정원 풍경이 담긴 사진집 『타샤 튜더 나의 정원』(윌북 펴냄)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남편에게 정원 만들기에 대한 동의를 구하고자 했다. 남편의 반응? 손을 맞잡고 응해주기는커녕 손사래까지 치며 그간 나의 과오를 낱낱이 들춘다.

2 잡지·신문꽂이에도 작은 화초를 함께 넣어두면 한결 산뜻해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3 투박한 나무 상자는 최근 트렌드에 맞춘 가드닝을 완성하는 데 아주 요긴한 재료가 된다. 4 선인장류나 다육종 식물은 자주 물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교적 키우기 쉽다. 5 모양이 예쁜 병이 있다면 여기에 페인트 칠을 해 멋진 화병으로 사용할 수 있다.

폼 좋고 잘생긴 두 개의 난은 창가에서 바짝 말라버렸고, 길가에서 산 이름 없는 꽃 화분은 벌레가 꼬인다는 이유로 쓰레기봉투에 버려졌다. 부엌에 두면 인테리어 효과뿐 아니라 요리에도 사용할 수 있어 좋다던 몇 가지 허브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고. 용케 아직까지 집에 남아 있는 건 4년 전 집들이 선물로 받은 재스민뿐이니 남편에게 반박할 거리도 딱히 없다.

6 아파트에 살면서도 화초 키우기, 정원 가꾸기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개그우먼 이영자씨.

아파트에 살면서(게다가 창문이 활짝 열리지 않는 주상복합형이라면 더하다) 30대의 바쁜 부부가 꽃나무까지 잘 키우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화초는 고사하고 화병에 꽃 한 송이 꽂아본 기억도 가물가물한 이들도 꽤 있을 듯. 그러나 타샤 튜더 할머니의 정원만큼은 아니더라도 손바닥만 한 작은 정원을 아기자기하게 가꾸며 자연을 벗삼아 사는 전원생활은 많은 현대인의 ‘로망’ 아닌가. 자, 이제라도 그 로망과 현실의 엄청난 간극을 조금씩 좁혀 보자. 끈기와 인내심을 갖고 타샤 튜더의 말을 되새기며. “정원은 하룻밤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최소한 12년은 참고 기다려야 하지요. 하지만 나는 정원이 너무 좋아 견딜 수 없어요.”

정원, 화분 하나에서 시작된다
한남동에 위치한 플라워숍 ‘초콜릿 플라워’ 앞. 길 양쪽으로 놓인 화사한 꽃과 크고 작은 녹색잎 화초들은 별 기교 없이 단지 모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국적인 전원 풍경을 만들어낸다. 시각적인 것에 민감하다 보니 ‘그림 같은 정원’에 대한 욕망이 한층 더해질 수밖에. “아파트에도 충분히 예쁜 정원을 만들 수 있죠. 하지만 너무 큰 욕심부터 버려야겠네요. 키우는 사람 자신, 그리고 가족 구성원의 특징과 라이프 스타일을 파악해 거기에 맞춰 잘 키울 수 있는 녹색 식물 한두 가지를 선택해 시작하는 게 좋아요.”

7 부엌 선반 위에 놓아둔 작은 화분은 요리를 더욱 즐겁게 한다. 8 그린의 화초들을 이용해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럽게 꾸며놓은 이영자씨 집 베란다. 9, 10 이영자씨가 꾸며놓은 내추럴한 빈티지 스타일의 인테리어와 정원 풍경은 최근의 핫 트렌드이기도 하다. 11 이영자씨는 냉장고 위에도 작은 화초를 장식해두었다. 12 갖가지 화초로 꾸며놓은 이영자씨 집 현관.

가드닝에 대한 부푼 꿈을 이야기하는 내게 평소 친분이 있던 ‘초콜릿 플라워’의 플로리스트 문태선 실장의 일침이 돌아왔다. 주로 누가 그 식물을 돌볼 것인지(‘돌본다’는 의미는 물주기뿐 아니라 햇빛 쬐여주기, 통풍 등을 모두 포함), 식물을 돌보는 데 언제, 얼마나 시간을 낼 수 있는지, 가족 구성원의 취향과 특징은 무엇인지를 꼼꼼히 따져 보고 가장 잘 키울 수 있는 화초를 선택하는 게 옳다는 이야기다.

처음 가드닝에 도전하려 하거나 이전에 몇 번 실패를 경험했다면 산세비에리아·고무나무·스파티필룸 등 잎이 두껍고 큰 것부터 선택하는 게 좋다고 한다. 이 식물들은 공기 정화 능력이 뛰어난 것도 장점이다. 물 주는 것을 자꾸 잊게 된다면 2주에 한 번 정도만 물을 줘도 되는 선인장류나 다육식물이 적당하다. 비교적 키우기 쉬운 식물들과 어느 정도 친해지고 가드닝에 대한 용기가 생겼다면 아기별·천사의눈물·트리안 등 규칙적으로 물을 주고 번식력도 강한 작은 잎 화초를, 그 다음에 러넌큘러스·히아신스·수국 등 개성 있는 꽃 화초를 키워 보는 단계로 가드닝을 진행하라는 것이 문 실장의 조언이다.

이렇게 하나 둘씩 식물 키우는 매력에 빠져들었다면 그땐 정말 정원 만들기에 욕심을 내볼 만하다. 우선, 사계절 볼 수 있는 화초를 기본으로 자리 잡아 둔 다음 계절색이 드러나는 것을 사이사이 섞어야 4계절 내내 정원을 돌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집 안 분위기에 맞도록 정원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게 우선이지만 트렌드세터라면 최근 가드닝 트렌드를 무시할 수만은 없을 터.

요즘에는 화려하거나 조형미가 느껴지는 정원보다 소박하면서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정원이 더 인기가 좋다고 한다. 희끗희끗 페인트칠 벗겨진 투박한 나무 상자, 양철 깡통이나 물조리개, 나무 푯말 등 빈티지 스타일의 소품들은 이런 분위기의 정원을 만드는 좋은 재료가 된다. 강남 고속터미널 경부선 3층 꽃시장에 가면 이런 다양한 소품을 꽃과 함께 구할 수 있다. 문 실장의 추천 가게는 현대데코(02-535-1122), 라라스(02-596-4366).

화사한 꽃 한 다발, 봄 인테리어를 완성한다
흙에 심는 화초류로 정원을 완성하는 일은 아무래도 장기전으로 들어갈 듯하다. 이보다 훨씬 빠르고 쉽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은 꽃(절화)을 이용하는 것이다.
“요즘이 꽃 사기에 정말 좋은 시기예요. 구입할 수 있는 꽃 종류도 많아지는 데다 같은 꽃이더라도 이때 사는 꽃이 훨씬 탐스럽고 튼튼해 오래 가죠.”

문 실장은 작약을 비롯해 겹벚꽃·러넌큘러스·수국 등이 한창 예쁜 꽃이라고 덧붙인다. 최근 수입 꽃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특이한 꽃을 원하고 있으며 자기 자신을 위해, 혹은 집 안 인테리어를 위해 플라워숍에 특별한 꽃 장식을 의뢰하는 일도 많아지는 추세다. 꽃 장식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도 부쩍 늘어 플라워숍마다 전문 플로리스트 과정뿐 아니라 취미반 과정으로 클래스를 운영하는 곳도 많아졌다.

매달 초 개강하는 ‘초콜릿 플라워’의 취미반은 꽃장식부터 가드닝까지 다양한 내용의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번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만들어 가져가니 바로 집 안 장식 효과를 체험하게 된다. 논현동과 삼성동에 위치한 ‘하나스(02-543-1326, www.hanasflower.com)’ 역시 단지 꽃장식을 만드는 기술적인 부분뿐 아니라 테이블 세팅, 파티, 인테리어 스타일링 수업 등 실생활에 꽃을 응용하는 능력을 알려준다. ‘플로라리아(02-592-3866, www.floralia.kr)’는 공간 연출을 위한 꽃장식을 주로 가르치는 대표 숍이다.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다고 꽃장식을 못할 이유는 없죠. 꽃 자체가 워낙 예쁘니 빈 와인병에 한 송이 꽂아주기만 해도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무슨 꽃을 사야 할지 궁리하지 말고 어떤 색 꽃을 살지 먼저 고민하면 꽃장식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거예요.”

문 실장의 자상한 가르침을 얻은 결과물이 지금 거실 창가에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피어났다. 아직은 조그만 다육종 식물 5개뿐이지만 다음달, 다음해, 그리고 12년 후에는 타샤 튜더가 부럽지 않을 만큼의 멋진 정원을 소유할 꿈에 마음이 설렌다.
꽃장식·장소협찬 초콜릿 플라워(02-796-9990, www.chocolateflower.co.kr)


개그우먼 이영자, 꽃밭을 예찬하다

“개그우먼 이영자씨 말하는 거죠? 정말, 진짜?”
이번 취재에 도움말을 준 플로리스트 문태선 실장은 자신의 숍 단골손님이라며 개그우먼 이영자씨를 소개해줬다. 문 실장은 이씨의 세련된 감각과 트렌드를 짚어내는 능력, 화초 가꾸기에 대한 무한 사랑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몹쓸 고정관념 탓에 한참 이야기를 듣고도 개그우먼 이영자씨의 집에 발을 들이기 전까지 반신반의하는 반응을 보였던 것이 미안할 정도로 그녀의 식물 사랑은 훌륭했다. 문이 열리고 마주한 긴 복도는 그야말로 전원주택이 부럽지 않을 만큼 아기자기한 초록 숲이다. 그리고 ‘오늘의 컨셉트’라며 산뜻한 하늘색 체크무늬 앞치마를 두르고 특유의 큰 웃음을 짓고 있는 그녀.

“어쩜 이렇게 예쁘게 해놓고 사세요. 이 화초들 전부 직접 관리하세요?”
“당연히 직접 하죠. 전 가사도우미도 부르지 않는걸요. 얘들 물 주느라, 햇빛 보게 해주느라 벌써 오십견 걸리겠어요. 내 안에 김태희가 있다니까….”

‘역시 이영자다’ 싶은 재치 있는 답변이다. 얼굴 예쁜 만인의 연인 김태희도 이렇게 살진 못하지 않겠는가. 화이트 톤에, 깔끔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그녀 집은 온통 초록 식물에 꽃 천지다. 베란다를 비롯해 거실 곳곳, 부엌 싱크대 선반과 아일랜드식탁 위, 식탁 옆, 함께 사는 조카 방 침대 위에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최근 들여놓았다는 큰 나무 알로카시아, 가장 사랑하는 꽃이라 꼽은 하얀 수국, 그리고 남천·아이비·트리아니·히아신스 등 수십 종에 달한다. 마치 ‘가드닝’을 주제로 화보 촬영을 준비해놓은 듯하다.

이씨가 본격적으로 화초를 키우기 시작한 지는 3년쯤 됐다. 워낙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국내외 관련 잡지나 단행본을 열심히 뒤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꽃과 화초에 관심이 생겼고, 집 안 분위기를 좌우하는 데 그들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

“처음에는 보기에 예쁜 것 위주로 고르다가 실패도 많이 했죠. 지금 보시는 모습은 각고의 노력 끝에 얻은 결과물이에요. 하나씩 하나씩 키우며 엄청난 매력에 빠져들었죠. 스트레스 해소에도 아주 좋다니까요.”

생명력 있는 식물을 접하면서 더욱 섬세해지고 예술적인 감각 또한 업그레이드됐으며 건강도 좋아졌다는 이영자씨. 그러고도 한참 계속된 그녀의 꽃밭 예찬과 순수한 행복감에 젖는 모습에서 그녀가 진정한 ‘정원 만들기’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성공적인 정원 만들기를 위한 식물 키우기 기초 관리법
-나무류-
물 주기 : 주 1회 정도 한번에 흠뻑 주는 것이 가장 좋다. 배수된 물은 습기가 올라오지 않도록 바로 버린다.

햇빛 : 최소 주 10시간 정도 쬐여주어야 푸르고 윤기 있는 잎을 볼 수 있다.

-가든 식물류-
물 주기 : 주 2~3회가 좋으나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흙이 완전히 건조해진 것을 확인한 후 주도록 한다. 손가락으로 화분 흙을 약 1㎝ 깊이로 만졌을 때 손가락에 물기가 잡히면 주지 않는 것이 좋다. 화분의 모양에 따라서도 물 주는 것이 다른데 수평형에 비해 수직형 화분은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된다.

햇빛 : 하루 2시간 이상 쬐여주는 것이 좋다(단, 창가에서 30㎝ 정도 안쪽으로 들어온 장소에 두는 게 좋다).

-선인장류·다육식물-
물 주기 : 건조에는 강하나 다습에는 약하니 2주에 1회 소량의 물을 주도록 한다.

햇빛 : 틈나는 대로 가능한 한 충분히 쬐여주는 것이 좋다.

-분갈이(흙갈이) 시기-
화분 밑 구멍 밖으로 뿌리가 나오거나 물을 제대로 주는데도 잎 끝이 타 들어갈 때, 제대로 성장하지 않을 때 해준다. 보통 큰 화분은 2~3년에 1회, 작은 화분은 연 1회가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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