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슬람근본주의>4.70년만의 解禁되살아난 코란 열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중앙아시아에 황새가 돌아왔다.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레닌광장 맞은편에 위치한 곡차회교사원에서 정오예배를 알리는 성직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알라흐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
』70년만의 외침.마치 전봇대처럼 생긴 첨탑 꼭대기에 서 외친다 하여 소련정권은 회교성직자들을 황새라 비웃었다.
소련은 무신론을 표방한 공산국가였지만 실제론 세계 다섯번째 이슬람교도의 국가이기도 했다.중앙아시아의 이슬람교도는 5천만명.이집트보다 많은 숫자다.
타슈켄트에서 서쪽으로 6백㎞를 자동차로 달리면 키질쿰 사막의붉은 모래속에 파랗게 떠오르는 도시가 있다.부하라.무수한 사원의 파란 타일 지붕이 하늘을 받치고 있어 사라센人들이 붙여준 이름이 천상(天上)의 도시.최근들어 종교요람으로 서의 면모를 되찾아가고 있다.
『사람들이 목말라 죽어갈때 예언자 욥이 나타나 지팡이로 땅을두드리니 샘이 솟았느니라.』 샘이 솟은 자리에 알라의 계시로 세워졌다는 샤슈마오 사원앞에는 성소를 찾는 주민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흰 터번을 쓴 노인들과 도프(사각모자 )를 쓴 중년 남자들 사이에 여인들은 하나같이 흰 천으로 머리를 가리고 있다.맞은편 칼리안사원 앞마당은 섭씨 40도가 넘는 태양아래 야외예배를 보는 신도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무신론을 국교로 삼은 소련은 모든 종교를 탄압했지만 이슬 람에 대해서는 유독 박해가 심했다.모든 이슬람사원은 폐쇄됐고 성직자들을 탄압했으며 코란은 금서(禁書)가 됐다.
이슬람벽은 소련국민으로서의 융합을 방해했다.그러나 옛소련 정권들의 처절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산주의는 이슬람을 불식하는데실패했다.
오늘날 마치 기다렸다는듯 잠복해 있던 이슬람이 수면에 떠오름을 중앙아시아 전역에서 느낄 수 있다.옛소련시절 금지됐던 이슬람식 결혼.할례.장례가 성행하고 있다.과거 법으로 금지됐던 칼림(신랑이 신부에게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해가는 혼 수)이 부활되고 장례식에 물라(회교성직자)가 와서 기도한다.전에는 몰래하던 할례를 요즘은 공공연히 손님을 초대해 축하한다.
이슬람 르네상스는 늘어나는 사원수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우즈베키스탄 하지블로 솔리흐 종교청장에 따르면 옛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최근 3년 우즈베키스탄(인구2천2백만명)에서는 5천여개,타지키스탄(4백50만명)에서 1천여개 이슬람사원이 문을 열었다.
이러한 추세는 중앙아시아에 공통적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중앙아시아 최대 고등신학교인 부하라의 미르아랍.16세기이래 이집트의 알 아즈하르나 사우디 메디나大에 버금가는 명문으로 알려져 있다.3백여명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함께 살며 공부하는 이학교의 교정에 서니 기말시험 중이라 코란을 낭송 하는 소리가 교실밖까지 들린다.사원의 기둥 구석 구석에서 시험공부중인 학생들.코란 읽기와 해석.하디스(예언자 무하마드의 언행록).아랍어가 주요 시험과목이다.이 학교 5학년생인 메르탈리 메르자히도프(19)는 신학교를 선택한 이유에 대 해 「공산주의 아닌 다른진리를 찾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전에는 텅 비었던 이 대학이요즘은 진리를 찾으려는 미래의 도사들로 경쟁률이 치열하다.과외공부를 하고 입학하는 실정이란게 압둘모민 바흐마노프 교장의 설명이다. 중앙아시아에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사원과 신학교들은 중동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가장 많은 지원을 하는것은 사우디다.사우디는 종교와 코란을 앞세워 중앙아시아에 세력을 확장하고 근본주의를 수출하려 하고 있다.
종교적 유대를 바탕으로 자국중심의 지역질서 개편을 기도하는 움직임은 이란도 마찬가지다.이란은 옛소련 중앙아시아 6개공중 유일하게 같은 시아派인 아제르바이잔에 이슬람센터를 세워주었다.
또한 같은 민족인 타지키스탄과 국경을 같이 하는 투르크메니스탄에 이슬람근본주의 수출에 전력하고 있다.
이러한 이슬람근본주의 세력의 팽창을 방지할 수 있는 방파제(防波堤)가 바로 터키다.과거 투르키스탄(터키족들의 땅)으로 불린 중앙아시아는 터키와 말과 민족이 같은 형제국이다.온건한 종교와 민주주의,시장경제로 번영을 이룬 터키는 이 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특히 중앙아시아 정치지도자들은 터키모델을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아스카르 아카예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터키는 중앙아시아의 미래를 이끌고 갈 샛별」이라고 한 바 있다.터키는 정교분리 (政敎分離)의 세속주의 국가라는 점이 이슬람근본주의의 침투를 두려워하는 이들에게는 매력적이다.이란이나 사우디와 달리 터키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종교보다 문화와 경제유대를 통한 관계강화에 힘쓰고 있다.최근 터키는 현재 러시아와 같은 키릴문자를 사용하는 중앙아시아국가들이 로마글자로 바꾸는 것을 적극 돕고있다.또한 중앙아시아 각지에 터키학교를 설립하는등 종교침투보다 문화를 통한 은근한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러시아도 「제2의 이란」 걱정 중앙아시아국가들과 터키의밀착은 러시아에 汎투르키즘의 우려를 낳고 있다.17세기 이래 이 지역의 패권을 두고 터키와 전통적 숙적인 러시아는 터키와 중앙아시아국가들의 정치적 연대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소련이 붕괴하고 중앙아시아국가들이 독립이슬람국가들로 부상하면서 서방은 이 지역의 이슬람근본주의 침투와 회교혁명을 우려하고있다.그러나 중앙아시아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세력은 아직 미약하다.『이란을 따라 중세로 돌아가기 싫다』는 압둘라 파 압둘라 우즈베키스탄 이슬람 총지도자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부하라(우즈베키스탄)=崔聖愛특파원] 崔聖愛전문기자(중앙아시아) 裵明福기자(북아프리카) 李哲浩기자(중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