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엔貨하락 어디까지 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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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엔貨값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도쿄(東京)외환시장의 엔값은 3일 한때 달러당 91엔대까지 떨어졌다.종가(終價)는 90.55엔선.엔값이 91엔대를 기록하기는 지난 3월10일이후약 5개월만의 일이다.외환전문가들 사이에서는 9 5엔선까지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엔값이 급락한 것은 전날 日대장성이 엔高 시정(是正)대책을 발표한데 이어 밤부터 美日통화당국이 엔高 저지를 위한 협조개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日대장성이 美日 협조개입을 추진한 배경에는 지난 4월과 6월두차례에 걸쳐 긴급 엔高.경기대책을 발표했는데도 불구하고 경기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은데 대한 위기감이 깔려있다.엔이 달러당80엔대 후반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협조개입을 추진한 것은 외환시장의 의표를 찌른 것으로 『80엔대의 환율수준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자세를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이 日대장성의 협조개입 요청에 보조를 맞춘 것은 표면적으로는 2일 발표한 다케무라대장상의 엔高 시정책을 평가한다는 제스처다.그러나 그 내면에는 코스모신용금고 파산에 따른 일본금융시장의 불안을 우려해서다.만일 일본금융시장의 불안 이 가속화돼주식시장이 계속 하락할 경우 세계 주식시장의 동반하락을 초래할위험이 있기 때문이다.일본 스미토모(住友)은행 시장영업부측에서는 앞으로의 외환시장에 대해 『엔이 연초의 최고치와 최저치의 중간(90.50엔)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다면 1~2개월후에는 달러당 95엔정도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日대장성이 내놓은 엔高시정책이 얼마나 실현될 것인가에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무엇보다 외화 투융자(投融資)가 활발히 이뤄지면 엔값을 가장 빨리 끌어내릴 수 있지만 주식과 외환에서 거액의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과연 외 환리스크를 또감수할 여유가 있겠는가 하는 점이 의문시된다.앞으로 엔값이 더떨어질지 여부는 외환시장에서 일본 통화당국의 엔高시정대책 실행과정을 어떻게 평가하는 지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東京=金國振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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