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현지분위기-위기의식속 이민붐 재현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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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만에는 언제부터인가 「내재미」(內在美)라는 속어(俗語)가 꽤 유행을 타고 있다.
중국어로『「내인」(內人.아내)이 미국에 있다』는 뜻의 이 말은 대만에서 아내와 가족을 미국 또는 제3국으로 이민보내고 혼자 사는 홀아비들을 일컫는 말이다.
요즘 들어 다시 대만의 이민붐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만「商業周刊」紙는 최근 내정부(內政部)통계를 인용,대만 중산층 가운데 4분의1가량이 외국으로의 이민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민붐은 대만 독립이냐,또는 중국 통일이냐를 둘러싼 국론분열과 이에 대한 중국측의 무력 위협 등에서 초래된 위기감이 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미사일 발사훈련및 군사훈련 강화등에 따라 위기감이 한층 고조된 실정이다.
중국이 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한 지난달에는 美달러 사재기로 인해 대만달러가 폭락을 거듭,대만 중앙은행의 공식 시장개입이 예고되기도 했다.
『저쪽 분위기에 따라 대만 주식시장은 요란한 등락을 거듭한다.美달러 사재기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대륙의 위협에 대한 위기감은 요즘 확산되는 추세다.』 중3 아들과 아내를 올해초 미국에 이민보낸 대만 언론인 천(陳)모씨의 설명이다.대만의 진로문제를 놓고 벌어지는 분열상은 표준어 위상(位相)에도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난 49년 국민당(國民黨)집권 이후 줄곧 표준어였던 베이징(北京)語는 이제 대만지방 사투리인「대만어」(臺灣語)에 그 자리를 내줘야 할 판이다.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만인구의 75%이상을 차지하는 대만 본성인(本省人)들은 가정생활 에서 70%이상 대만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어를 모르면 불이익을 당한다는 피해의식도 보편화되고 있다. 대만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대륙출신 일부 정치인과 경제인.유명인사들은 대만어를 과외공부하는 기이한 현상도 벌어지고 있으며일부 직장단체에서는 아예「정확한 대만어배우기」동아리를 구성해 학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대만출신 본성인들의 압도 적인 인구비율에 따라 사회분위기는「대만 것 회복하기」로 흘러가고 있는 추세다. [臺北=劉光鍾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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