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17.교과서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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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최근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 등이 96학년도 논술 모의고사 문제를 공개했다.이들 문제중에는 특별한 지식 없이 글쓰는 능력만을 측정하는 「작문」도 없지 않았지만,대부분은 관련된 인문.
사회과학적 지식없이는 제대로 대답할 수 없는 논제 들이었다.
이화여대의 경우를 살펴보자.「문화적 보편성과 특수성」을 다룬인문계열의 문제와 「점성술과 과학」의 관계를 다룬 자연계열의 문제는 관련지식을 갖고 있다면 답하기가 수월한 논제들이다.
이와 관련된 지식은 우선 교과서에서부터 얻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은 이 연재에서 여러번 언급한 바 있다.그러나 대부분 일정한 시사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교과서적 지식만으로는 논술을 구성할 수 없다.요컨대 핵심은 교과서적 지식을 어 떻게 시사적주제와 결부시켜 종합적 지식을 갖추느냐 하는 것이다.
교과서를 분석해본 결과 시사적 주제들과 관련해 활용할 수 있는 지식들은 「국민윤리」「일반사회」「철학」과목에서 많이 추출해낼 수 있다.그중 「국민윤리」와 「철학」과목 중심으로 논제들을찾아보자.
「세계화」가 논의되면서 가장 먼저 등장할 수 있는 문제는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 사이에서 윤리적 차이로부터 야기되는 갈등이다.이때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는 「보편타당한 윤리가 존재하는가」하는 논제는 이런 주제를 포괄할 수 있는 문제가 될 수 있다.이와 관련된 설명들은 「국민윤리」 10쪽,「철학」1백37쪽에서 찾을 수 있다.
또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님비(Not In My Backyard)현상과 같은 각종 집단이기주의와 지역이기주의가 등장하게 됐다.이와 관련,「한 개인의 이익이 사회전체의 이익과 부합될 수 있는가」하는 논제는 철학적으로 사색해볼 만 한 핵심적인주제다.「국민윤리」1백39~1백46쪽,「철학」1백61쪽에 보면공리주의를 포함한 관련된 이론들이 소개되고 있다.
소비문화의 극단적 형태로 청소년들 사이에 노력없이 쉽게 쾌락만을 추구하는 쾌락문화가 문제가 되고 있다.이 소재는 「쾌락은언제나 좋은 것인가」와 같이 철학적으로 주제화할 수 있다.관련된 이론들은 「국민윤리」1백36~1백3■쪽에 설 명되고 있다.
이외에도 수백개의 논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그러나 교과서적 지식의 맹목적 암기는 아무 쓸모없는 짓이다.중요한 것은 그 지식과 시사적 쟁점을 결합해내는 능력,다시말해 시사적인 주제를 철학적으로 주제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다음 회 엔 「주장에는 근거가 있어야」를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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