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정당파괴 구상-新黨,기업형 지도체제 채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신당(가칭 새정치국민회의)이 전통적인 정당구조를 탈피하려 하고 있다.
기업체의 이사회와 같은 지도체제를 채택키로 한 것이다.
김대중(金大中)상임고문이 구상해온「정당파괴」의 상징적 사례로보인다.金고문은 창당 결심을 굳힐 때부터『예전과 같은 정당은 결코 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이번 발상도 그 일환으로 보여진다.
金고문은 과거 정당은 나눠먹기식 정당이며 실질적 업무보다는 지루한 토론끝의 의결에 치중하는 정당이라고 보고 있다.
또 중앙당만 크고 하부구조는 빈약한 정당이다.
따라서 기업체식 지도체제는 이러한 옛 모습을「파괴」하고자 하는 구체적 의지의 표현같다.지도부및 당직자의 효율성과 전문성을높이고 전체적으로는 군살을 빼겠다는 것이다.
신당 핵심부는『이런 체제에는 당연히 책임경영의 개념이 도입된다』고 역설하고 있다.부총재들은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의결권뿐만아니라 실제 사업 집행권까지를 갖게 되는만큼 담당 업무의 성과가 부진할 경우 수시 인책의 위험에도 노출될 수 있다.
신당이 이처럼 효율성과 전문성 강화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의 입에서도 확인된다.朴대변인은 2일 당 6역체제로의 간소화 방침을 설명하면서『과거 정당처럼 불합리하고 비대한 정당이 아니라 전문적이고 감량화된 당 운영 을 기초로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체제를 만들려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새로운 지도체제에서는 金고문 또는 의장이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회장에 해당한다.지금까지 입증됐듯 그는 적어도 신당의 지분을 51%이상 갖고 있다.안정적 지분을 갖고 있는 오너회장인셈이다. 수석 부총재(부의장)제를 둔다면 그는 대표이사사장 또는 총괄 부사장에 해당한다.지도부중 나머지 인사들은 기업체 임원들처럼 조직.정책.對지자체 관계.청년.여성중 하나씩을 전담한다. 신당 핵심부는 조직과 정책은 경우에 따라 보다 세분화할 것도 검토중이다.이를테면 제1조직담당 부총재가 수도권을 담당하고 제2조직담당 부총재가 중부권과 영남을 담당하는 식이다.
또 정책담당부총재도 경제와 非경제로 나눌 수 있다.
이럴 경우 지도부와 당 6역과의 관계는 담당 전무.상무와 담당 이사 또는 부장과의 관계가 될 것같다.또 정치연수원장이나 홍보위원장은 별도 사업부서장이 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당 3역을 아예 지도부안에 끌어들이는 방안도 제기하고 있다.
원내총무를 원내담당 부총재로 보직(補職)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는 1차적으로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총선과 대선체제로 직행하는데 있다.이와함께 당내 경합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다.
이미 김상현(金相賢).이종찬(李鍾贊).정대철(鄭大哲)지도위원간에는 수석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도 기업체식 지도체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김상현위원에게 수석 부총재를 못준다면 조직담당부총재를줘 역량을 발휘케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발상으로 기업체식의 조직으로 바꾼다고는 하나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두고봐야 한다.
사실 金고문이 비판하는 과거의 정당이라는 것이 바로 金고문 자신이 이끌어왔던 정당 형태이기 때문이다.
정당이라는 공조직을 오너와 전문경영인 식의 회사체제로 생각하는 발상에서부터 문제가 있는 것이다.
〈金鉉宗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