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무기禁輸 풀릴까-對세系 엄포用 그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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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국 상원이 26일 결의한 보스니아 무기금수 해제가 관철된다면 보스니아 사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이는 보스니아 사태의 평화적 해결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힘에 의한 결판이라는 극단상황이 전개됨을 뜻한다.
발칸반도 전체가 전화(戰火)에 휩싸이게 될 것이 분명한데도 무기금수 해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유엔의 전쟁억지능력이 없고,보스니아 회교系가 군사력에서 세르비아系에 일방적 열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은 보스니아내 유엔안전지대 스레브레니차와 제파를 지키지 못했고,비하치.고라주데도 방어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북서부 비하치는 이미 세르비아系의 공격을 받고 궁지에 몰리고 있으나 유엔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아직 손 을 쓰지 못하고 있다.
서방국가들은 지난 21일 런던회의에서 세르비아系가 고라주데를공격할 경우 대대적인 공습을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으나 실효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지난 5월말 공습때처럼 유엔군이 세르비아系에 또다시 인질로 붙잡혀「인간방패」가 될 경우 계속 공습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같은 상황에서 무기금수를 계속 고집하는 것은 힘의 우위에 있는 세르비아系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며,그들을 평화협상으로 끌어들이기보다는 무력에 의한 영토점령 야욕을 키워주는 결과만 낳게된다.세르비아系가 무력에서 앞서고 있는 것은 舊 유고군 무기를대부분 차지한 新유고연방 세르비아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회교系는 지금까지 무기금수 해제를 계속 요구해왔다.또 회교국가들은 최근 보스니아 회교정부군에 대해 군사지원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영국등 유럽국가들은무기금수 해제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전쟁이 확대되면 자국병사들의 안전이 위협받기 때문이다.또 유럽의 화약고인 발칸에서 전쟁이 격화되는 것은 바로 유럽 전체에 커다란 위 협이며,난민 다량 유입등 골치아픈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영국.프랑스.덴마크는 美상원의 금수해제 결의를 비난하고,미국정부가 금수조치를 해제하면 평화유지군을 즉각 철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빌 클린턴 美대통령도 무기금수 해제는 곧바로 미국의 직접 개입으로 이어지게 되며,유럽동맹국과 관계가 악화된다는 이유등으로거부권 행사의 뜻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을 무효화하기 위해서는 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따라서 美상원의 무기금수 해제 결의는 당장 실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세르비아系에 대한 위협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베를린=韓敬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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