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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땐 단일국가로 남지 못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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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조지, 당신은 우크라이나가 어떤 나라인지 아는가. 이 나라 영토의 상당 부분은 러시아가 선물한 것이다.”

4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러시아·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 위원회 비공개 회의장.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를 논의하던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흥분한 목소리로 회의장에 있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이렇게 외쳤다. 우크라이나가 제정 러시아와 소련에 속해 있다가 소련 붕괴로 독립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영토의 상당 부분은 사실상 러시아 땅이라는 주장이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단일 국가로 남아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 말을 꺼냈다. 우크라이나가 끝내 서방행을 택할 경우 우크라이나의 동부 지역과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합병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소련권 국가들의 나토 가입 붐에 대한 푸틴의 가장 강력한 경고였다.

푸틴 대통령이 2~4일 루마니아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마지막 날 러시아와 인접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고 러시아의 유력 일간지 코메르산트가 7일 이 회의에 참석한 서방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지금도 러시아계 주민이 다수를 이루는 동부 지역과 우크라이나 주민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서부 지역간의 갈등이 심각하다. 우크라이나는 푸틴 발언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푸틴은 이날 우크라이나 관련 발언에 앞서 나토 회원국 대표들에게 “러시아는 나토의 동진을 국가 이익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루지야가 나토 가입 전 단계인 회원국행동계획(MAP)에 가입하면 이 나라로부터 분리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의 독립을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포한 코소보를 서방 국가들이 인정한 것처럼 러시아도 그루지야 내 두 자치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부시는 나토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에 준회원국 지위를 부여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강력하게 반발한 데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의식한 프랑스와 독일까지 반대하고 나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두 나라의 나토 가입 문제는 12월 나토 회담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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