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서 맛본 그 피자 이탈리안 손맛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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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파스타와 피자는 이탈리아인에게 자부심을 심어 주는 대표적 요리다. 본국뿐 아니라 미국 뉴욕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세계 주요 도시에서 세계인의 입맛을 당긴다. 하지만 요즘 정작 이탈리아 본토의 음식점 주방은 이탈리아인이 아닌 외국인들이 점령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7일 보도했다.

유서 깊은 로마 트라스테베레 지역의 유명 이탈리아 레스토랑 ‘사바티니’에 근무하는 주방장 10명 중 7명은 외국인이다. 저렴한 음식점부터 고급 레스토랑까지 모로코인·튀니지인·루마니아인·방글라데시인들이 피자 반죽을 주무르고 카르보나라 스파게티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노동 강도가 심하고 쉬는 날도 별로 없는 요리사란 직업을 젊은 이탈리아인들이 꺼리기 때문이다.

음식 전문가들은 10년 안에 중저가 이탈리아 레스토랑의 주방은 완전히 외국인들의 차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유독 자국의 문화에 자긍심이 높은 이탈리아인들 사이에서는 늘어나는 외국인 주방장들이 자국식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훈련만 잘 시키면 어느 나라 출신이든 상관없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외국인은 이탈리아 음식의 본질을 보여 줄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외국인 요리사들은 “토종 이탈리아인만 이탈리아 요리를 잘 만들 수 있다는 주장에는 인종 차별적 요소가 있다”고 맞받아친다.

사바티니의 주인 프란세스코 사바티니(75)는 “훈련만 제대로 시킨다면 주방장이 어느 나라 출신이든 크게 상관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외국인 요리사들이 이탈리아 요리에는 낯선 커민이나 고수 같은 향료·허브를 무의식적으로 사용해 이탈리아 요리의 순수성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있다. NYT는 프랑스와 달리 이탈리아에선아직 음식과 외국 음식을 본격적으로 접목해 퓨전화하려는 시도는 보편화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파르마 지역의 이탈리아 국제요리학교 안드레아 시니가글리아 총장은 “조만간 이탈리아 음식은 이탈리아인 주방장들이 요리하는 최고급 엘리트

리스토란톄(레스토랑)급과, 외국인 요리사가 조리하는 관광객 또는 동네 주민을 겨냥한 트라토리아(동네 음식점)로 양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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