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초아 샷도 나눔도 “라 레이나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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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LPGA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7일(한국시간) 우승한 뒤 로레나 오초아가 18번홀 그린 옆 연못에 뛰어들어 가족·친구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랜초 미라지 AP=연합뉴스]

멕시코 전통 마리아치 밴드의 감미로운 선율 속에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은빛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작열하는 태양처럼 뜨겁게 ‘라 레이나(여왕) 로레나!’를 외치는 멕시코계 관중의 함성과 함께 오초아는 챔피언 연못에 몸을 던졌다. 오초아의 가족과 친구 등 26명도 함께 물에 뛰어들어 춤을 췄다. 정열의 나라에서 온 여왕의 메이저 우승 파티는 뜨겁고 화려했다.

로레나 오초아가 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힐스 골프장(파 72)에서 벌어진 미국 LPGA투어 크라프트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5언더파를 더해 최종 합계는 11언더파, 2위 그룹과 5타차의 압승이다.

골프 여제의 왕관을 되찾으려 절치부심하고 있는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지난해 5승을 거두며 새로운 여왕자리를 노리는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이 4언더파씩을 치며 따라왔지만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그만큼 신 골프여제의 기세는 거칠 것이 없었다. 올 시즌 4개 대회에 나와 3승을 거둔 오초아는 지난 HSBS 챔피언스에서는 2위와 11타차, 세이프웨이 인터내셔널에서는 7타차로 일방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소렌스탐의 전성기 때보다 낫다=북구에서 온 차가운 골프 여제 소렌스탐의 최전성기와 비교해도 라틴아메리카의 라 레이나 오초아가 한 수 위다. 소렌스탐이 시즌 평균 최저타 기록을 세우며 활약한 2004년과 비교하면 오초아는 페어웨이 적중률을 제외한 주요 부문에서 모두 앞선다.<그래픽 참조> 오초아의 드라이브샷은 페어웨이를 크게 벗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으며 비거리가 워낙 길기 때문에 드라이버는 오초아의 승리다. 오초아는 지난해 여자 브리티시오픈에 이어 메이저 2연속 우승을 했다. 이 기세라면 올 시즌 그랜드슬램을 노릴 만하다. 올해 오초아의 경쟁자는 남자 부문에서 그랜드슬램을 노리는 타이거 우즈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8개 메이저대회에서 5승을 거둔 카리 웹은 “나도 한 때 잘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소렌스탐은 “오초아는 매경기 우승을 노리고 나온다. 지난 두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했는데 이번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때 오초아의 라이벌로 불렸던 박세리는 “누구도 오초아를 막을 수 없다”고 했다.

◇멕시코의 연인 오초아=멕시코에서 오초아는 우상이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 US오픈 우승으로 한국인들에게 희망을 줬던 박세리의 당시 인기보다 더하다. 그의 실력 못지않은 ‘나눔정신’ 때문이다. 멕시코에서 오초아가 경기를 하면 골프장이 축구장처럼 시끄럽다고 동료들이 전했다.

오초아는 2004년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소렌스탐에게 역전당하고 “내가 지는 건 상관없지만 이 골프장에서 일하는 멕시코계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해 안타깝다”며 울기도 했다. 현재 2개인 무료 골프 아카데미를 5개로 늘릴 예정이다. 멕시코의 각 사회시설에 적지 않은 기부금을 내고 있다. 그런 정성 때문에 멕시코 각지에서 그에게 기부금이 답지하고 있다. 오초아가 뜨기 전 8명뿐이던 멕시코 출신 LPGA 취재기자는 현재 100명이 넘는다. 오초아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다.

한편 한국의 이선화(CJ)가 4언더파 5위, 김미현(KTF)과 한희원(휠라코리아)·최나연(SK텔레콤)이 3언더파 공동 6위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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