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발칸半島"化않는 정치를

사람의 생활 내용은 사회의 환경.관습.법.제도 등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따라서 사람들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복지를 증진할 수 있도록 사회제도와 정부 형태가 갖추어져야 한다.이러한뜻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정치 적 동물」이라고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오늘날 한국의 정치인들은 국민의 복지를 얼마나 증진하고 있는가.
로빈슨 크루소에게는 의식주(衣食住)모든 것을 스스로 마련해야하는 불편은 있었으나 정치인이라는 존재에서 자유로웠다.다수의 사람이 모여 살면서 경제활동의 분업화가 차츰 시작되고 통치 계층도 일종의 분업 직종으로 발생했다.직접 생산활 동에 참여하는인구와 불참자의 수에는 적절한 비례 관계가 유지돼야 했다.생산활동 불참 인구의 상대적 증가는 공동체의 경제생활 수준을 감퇴시키게 마련이었다.중앙및 지방 정부의 무대에서 활약하는 정치인과 정치 지망생의 인구가 급격히 증 가된 요즘 우리 인구가 부양할 수 있는 적정한 정치인의 인구수에 관심을 갖게 된다.
다수의 정치인을 필요로 하는 것은 간접 민주주의 제도다.국민이 스스로 정치의제를 다루는 직접민주주의 하에서는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의 존재가 사실상 불필요하다.그러나 근대 민주주의가 서구(西歐)와 미국(美國)에서 뿌리를 내리던 18~19세기 무렵에는 대다수 국민이 정치적 의사결정을 내릴 만한 지식이부족했고 제각기 생업에 매달려 여유가 없었다.따라서 교육.식견.경제적 여유를 갖춘 사람들 가운데 대표자를 선출하는 의회정치제도가 성립했고 정치인이라는 특수계 층이 출현했다.말하자면 세상 돌아가는 정보.전문지식.경륜에 있어서 정치인이들은 일반 국민보다 우뚝한 자리에 있어 존경의 대상이었다.
20세기말 국내는 물론 주요 선진국의 정치인 가운데 국민의 존경대상이 몇이나 있는가.정치인에 대한 존경심의 상실은 그의 입버릇인 「애국애족」에 대하여 새뮤얼 존슨의 말처럼 「애국심은백수건달의 마지막 도피수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만도 아니다.
그것은 과거 정치인과 일반국민사이의 간격이 현격히 좁혀졌기 때문이다.오늘날 대부분 국민은 상당수준의 교육을 받았고 생활에도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신문.방송.TV,이제는 인터네트에 이르기까지 국민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어 정치인과의 우열은 따지기 어렵게 되었다.
상당수 국민들은 재산보유 계층으로서 정치.경제.사회현실에 대해책임감과 비판의식을 공유하게 됐으며,이들의 눈에 비친 정치인들의 발자취는 존경은 커녕 실망의 대상이기 십상이다.
정치인의 존경심과 관련해 한국적 특성을 지적하게 된다.한국 국민의 특정 정치인 몇 명에 대한 존경과 기대감은 이례적으로 장기적으로 지속됐다.그들에게도 있음직한 이러저러한 결점에 대해국민은 관대했다.이는 일종의 반사적 프리미엄 덕 분 때문이었다.군사정권이 억압적일수록 그 종식을 위한 투쟁에서 보인 용기와끈기는 국민의 갈채를 받아 마땅했다.그러나 군정의 종식과 더불어 이러한 프리미엄은 자연히 소멸됐고 그후 그들 자신과 추종세력의 자질과 행태와 관련해 지난날 눈감아주었던 흠집들이 하나씩국민의 눈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정치판처럼 큰 판돈이 걸린 게임도 없을 것이다.승리하면 군화신던 발들,등산화 신던 발들이 주요보직을 거의 싹쓸이할 수 있었으니까,확률이 낮더라도 평생을 걸고 해볼 만한 게임이다.그리고 정치활동 유지를 위해서는 크고 작은 돈줄과의 암묵적 연결이불가피하다고 보았다.
권모술수에는 한 수 위지만 도덕성에는 한 수 아래라는 것이 일반국민의 정치인을 보는 눈이다.집권후 김영삼(金泳三)정부가 도덕성의 기치를 들고 호령할때 상당수 국민들이 처음의 속시원함이 차츰 당혹감으로,종국에는 냉소로 변질된 까닭이 바로 여기에있다. 불행하게도 우리사회에는 공식명칭이야 어떻든 YS당.DJ당.JP당으로 인식되는 정당밖에 없다.민주정치는 다양성에 대한관용의 정신없이는 원만하게 운영될 수 없다.
정치인이 집권야심 때문에 사회의 자연스러운 이질성을 적대감으로 부채질한다면 어떠한 민주사회도 지탱될 수 없다.한반도 남쪽을 발칸반도화하지 않는 정치,과거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정치를꿈꾸어 본다.
〈西江大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