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지켜야 할 공중 화장실 십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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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변을 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 화장실을 ‘해우소(解憂所)’라고도 하지 않는가. 영국왕 조지 5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항상 화장실에 가라”고 했다. 하지만 공중 화장실에서 처신을 잘 못했다가 신세를 망칠 수도 있다. 미국 공화당 의원 레리 크레이그는 2007년 6월 미니애폴리스 공항 화장실에서 옆칸을 사용하던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칸막이 아래로 발을 갖다대다가 성추행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마침 옆칸 남자는 사복경찰이었다. 슬픈 현실이지만, 공중 화장실의 에티켓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은 크레이그뿐만 아니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공중 화장실에서 지켜야 할 예의범절에 대해 전혀 무지한 상태다. 그렇다면 남성들이 공중 화장실에서 지켜야 할 수칙은 무엇일까.

1. 소변기 사이에 공간을 비워두라

대부분의 남성 화장실에는 개인용 소변기가 여러개 있다.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다. 소변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텅 비어 있다면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하지만 뒤따라 들어올 사람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 볼 때 공중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 것을 다소 부끄럽게 생각되는 사람이거나 전립선염 때문에 소변을 보는 게 힘든 사람이라면 양쪽 구석자리의 소변기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하지만 한 명이라도 다른 사람이 소변기를 사용하고 있다면 화장실 에티켓은 더 복잡해진다. 다른 사람이 사용 중인 소변기 바로 옆에서 볼일을 보지 말고 한 개를 비워둔 다음 그 옆의 소변기를 이용하라. 화장실 이용객이 많아 소변기에 여유가 없을 경우는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눈을 마주치지 말고 아는 체도 해서는 안된다. 인사를 건네는 것은 세면대나 화장실 바깥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미뤄야 한다.

2. 대변기의 칸막이도 완충지대를 비워두라

화장실에서 ‘큰일’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가령 대변기가 있는 칸막이가 3개 있는데 모두 텅 비어 있다면 가운데에 있는 칸막이로 들어가지 말고 양쪽 끝 칸막이를 이용하라.

3. 소변기 칸막이에 소변을 보지 말라

소변기가 비어 있는데도 대변기가 있는 칸막이로 들어가 소변을 본다면 옆 사람이 진짜 남자가 맞는지, 아니면 음경이나 고환이 하나 더 있는 남자가 아닌지 의심해 볼 수밖에 없다. 소변기가 이용객으로 꽉 차있거나 구석기 시대부터 한번도 소변기를 청소하지 않아 악취가 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변기가 있는 칸막이를 이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칸막이 안에서 소변을 보아야 한다면 문을 잠그고 서서 볼일을 보라.

4. 옆사람을 쳐다보지 말라

어떠한 경우에도 옆사람의 남근을 쳐다보아서는 안된다. 보고 싶으면 자기 것을 쳐다보면 된다. 영국 팝가수 조지 마이클은 1998년 다른 사람의 성기를 병적으로 오래 쳐다보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그 옆사람도 공교롭게도 경찰이었다. 마이클은 810달러의 벌금형과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물론 화장실 청소는 절대 시키지 않았다.

5. 너무 오래 끌지 말라

화장실에서 1분은 화장실 문 안에 있느냐 바깥에 있느냐에 따라 길게 또는 짧게 느껴진다. 변기 위의 체류시간을 조절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릴 경우 최대한 서두르는 게 좋다. 다른 사람 생각도 해야 한다. 화장실을 개인 서재처럼 사용해선 안된다. 휴식 시간이 15분 생겼다고 해서 화장실에서 죽쳐야 하는 법은 없다.

6. 항상 물을 내려라

변기의 물을 내리는 것은 용변을 본 후 손을 깨끗이 씻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일이다. 다행히 전자 감지장치의 개발로 자동으로 물을 내려주는 화장실도 있다. 하지만 수동식 화장실이라면 사용 후 즉시 버튼을 눌러 물을 내려야 한다. 화장지가 바닥에 떨어졌을 경우 주워서 변기에 넣고, 가져온 신문지나 잡지는 치워야 한다. 변기 의자에 물이 튀었을 경우 화장지로 깨끗이 닦아야 한다. 공중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할 수 없다면, 차라리 바깥으로 나가서 단풍 나무 뒤에서 용변을 보는 게 낫다.

7. 화장실에서 업무를 보지 말라

일부 사무직 종사자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공중 화장실은 변기가 딸린 칸막이 사무실이 아니다. 따라서 이 특수 공간에서 업무를 보지 말라. 휴대폰으로 사업상의 대화를 한다든지 무선으로 이메일을 보내지 말라.

8. 변기가 막혔을 때는 전문가에게 맡겨라

공공 장소에는 나름대로 자연 재해나 인공 재해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해수욕장에서는 쓰나미가 발생하고 화장실에서는 가끔 변기가 막히기도 한다. 변기가 막히면 물이 넘쳐 갈색의 온천수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자기가 본 용변 때문에 변기가 막혔을 때는 즉시 화장실에서 나와 건물 관리소의 기술자에게 이 상황을 알려야 한다. 다른 사람이 사용하다가 막힌 변기를 발견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들 숙련된 전문가들은 변기 막힘을 해결하는 특별한 기술을 갖고 있다. 막힌 변기를 해결한다고 물 내리는 버튼을 누르면 사태만 악화시킬 뿐이다.

9. 화장실에서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공중 화장실에는 매일 수백명의 사람들이 들락거린다. 어떤 사람은 화장실에서 음식을 먹기도 하는데 화장실은 음식을 먹는 곳이 아니라 버리는 곳이다.

10. 낙서를 하지 말라

대부분의 경우 공공 시설물을 더럽히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 못 된다. 술집 같은 곳에서 벽면에 낙서를 하도록 권장하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전화번호를 남기거나 성기 모양을 그리지는 말라. 짧은 경구(警句)로 충분하다. 가령 ‘사랑하는 이에게 꽃을 선물하라. 하지만 아내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는 말라’등등.

이장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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