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순네쇼핑일기>삼풍 후에도 백화점 賣場혼란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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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휴가여행에 필요한 물건 몇가지를 사기 위해 지난 17일 오후그레이스백화점엘 갔다.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이후 백화점이 꺼려지고 예전에 무심히 지나치던 일에서도 놀라곤 하는 것이 요즈음 주부들의 공통된 심정이다.입점(入店)업체의 자체세일로 사실상 세일기간이나 다름없는백화점들을 둘러보며 아무래도 안전문제를 다시한번 더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레이스백화점 정문에 들어서는데 평소와 달리 한산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자세히 보니 예전에 잔뜩 설치됐던 여러 가판대가 모두 철수하고 없었다.
여느때 같으면 가판대에서 물건 고르는 사람,드나드는 사람이 뒤엉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였는데 입구가 정리되니 한결 쾌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지하 1층에 마련된 「식품관 가격찬스대전」행사장은 마치 시장통같았다.슈퍼 바깥쪽에 임시판매대를 설치하고 참치캔.통조림햄.칫솔.치약.세제 등을 싸게 팔고 있었는데 이 판매대와 물건을 고르는 사람들이 통로를 막아 지나가려면 사 람들을 밀쳐내야할 형편이었다.
오후5시가 넘으니 장을 보려는 주부들에 지하 간이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려는 사람들까지 합세해 지하1층 식품매장은 말그대로 북새통이었다.
이는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한신코아 광명점.롯데백화점 청량리점도 마찬가지로 어느 백화점이든 지하매장에서 빚어지는 공통된 현상이기도 했다.통로를 막고 임시판매대가 설치돼 있거나 행사매대(賣臺)가 설치돼 있어 1m를 움직이 는데도 힘이 들 정도였다.또 행사매대에서는 마이크를 잡고 호객행위를 하기때문에 매장안이 짜증날 정도로 시끄럽다.
삼풍백화점 붕괴당시에도 지하식품매장이 이랬겠거니 생각하니 아찔했다.지하식품매장도 지상매장처럼 임시판매대를 줄이고 통로를 확보해야하지 않을까.
18일 오후에는 롯데백화점 본점엘 들렀다.역시 정문입구의 가판대는 모두 거둬들인 상태였다.그러나 신관6층에서 열리고 있는「오토캠핑용품 창고대공개」행사매장은 비상구를 가리고 있었다.
또 스포츠의류매장인 「헤드」「프로스펙스」매장은 비상구 앞에 자리잡고 있어 비상출입구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서울시내 중심에 자리한 백화점에 비해 서울 변두리지역에 위치한 백화점들은 통로확보에 대한 경각심이 별로 없어 보였다.
지난 16일 한신코아 광명점을 방문했을때 2층 에스컬레이터 바로 옆에 임시판매대를 설치하고 물건을 팔고 있는 것을 보고 『아직도!』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서울 중심가 주요백화점은 삼풍붕괴사고이후 비상구 여유공간에 적재돼 있던 물건도 사라지고 전보다 한층 쾌적한 쇼핑공간이 돼있었다.이런 모습이 정상인데 왜 크나큰 대가를 치른 후에야 제모습을 찾는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론 이런 모습이 얼마나 갈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당장 세일이 시작되는 21일부터 주부들은 감시의 눈길을 거두어선안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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