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오픈골프 개최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18홀코스 元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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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먼 옛날 바닷바람에 쓸려온 모래가 둔덕을 이루고 양떼가 비바람을 피해 찾아든 구덩이는 그대로 벙커로 남아있다.억새풀은 수많은 골퍼들의 애환을 간직한채 러프가 됐다.
코스가 언제 만들어졌는지 아무도 모른다.페어웨이와 그린의 구별도 없다.단지 잔디가 고른 곳이 그린이 됐다.페어웨이는 서로교차하고 14개홀은 그린을 공유한다.5백년 훨씬 이전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제124회 영국오픈이 개최되는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는 자연이 만든 최고의 코스로 꼽힌다.이곳에서 영국오픈이 개최되는 것은 지난 1860년 1회대회 이후 올해로 25번째.스코틀랜드해안을 따라 자연적으로 형성된 올드코스는 파72 에 총길이가 6천9백93야드로 비교적 짧은데다 평편한 홈이 대부분이어서 외견상 공략이 쉬운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올드코스를 한번 돌면 겸손을 배우게 된다」고 할만큼골프의 묘미를 잔뜩 간직하고 있다.빨래판처럼 굴곡이 심한 페어웨이와 한번 빠지면 탈출이 거의 불가능한 계곡같은 벙커,서있는공도 날려보내고 하루에도 수백번씩 방향이 바뀌 는 변덕스럽기 그지없는 강풍은 그야말로 동물적 감각을 필요로 한다.
올드코스에서 가장 악명높은 홀은 17번홀.4백61야드짜리 미들홀이지만 보기만 해도 성공적인 홀이다.특히 그린 앞에 입을 벌리고 있는 사람 키 높이의 「로드벙커」는 수많은 골퍼들의 좌절과 희망이 서려있는 곳이다.일본의 나카지마는 8 7년 대회에서 무려 10타만에 탈출하는 기록을 세워 「나카지마벙커」라는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1764년 4개홀을 줄여 18홀로 개조된 올드코스는 오늘날 18홀 골프코스 단위의 유례가 됐다.
〈金鍾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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