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관 옆 모텔이 ‘기름도둑 본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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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 전과 등이 있던 손모(53)씨는 지난해 초 모 교도소에서 유류절도 혐의로 구속된 최모(43)씨를 만났다. 손씨와 최씨는 출소하면 기름을 훔칠 것을 약속했다.

출소한 이들은 지난해 7월께부터 작업에 들어갔다. 송유관(울산~성남 430㎞)이 어느 지점을 지나는지 잘 아는 최씨가 앞장서 현장을 답사했다. 이들은 주유소를 운영하는 2명도 끌어들였다.

손씨는 지난해 9월 송유관이 지나는 경주시 외동읍 구어리의 비어 있던 한 모텔을 보증금 3000만원, 월세 300만원에 빌렸다. 이 모텔은 송유관과는 7m가량 떨어져 있었다.

손씨는 또 다른 기술자를 끌어들여 모텔의 지하주차장 벽을 뚫고 송유관까지 땅을 파 송유관에 유압호스와 압력계, 잠금 밸브를 설치했다. 그때부터 주로 야간에 밸브를 조절해 틈만 나면 유압호스로 하루 2만L 이상의 휘발유를 뽑아내 드럼통에 옮겼다.

뽑아 낸 기름 드럼통은 승합차에 실어 3~4㎞ 떨어진 한적한 곳에서 유조차에 옮겨 울산과 경주 안강, 부산 등지의 주유소로 보내 싼값에 팔았다. 이렇게 이들이 뽑아낸 휘발유는 180회에 걸쳐 약 432만L(70억원어치).

첩보를 받은 경찰은 영업을 하지 않는 모텔에 승합차 등이 드나드는 사실을 예의주시했다. 한 달가량 잠복하면서 차량 번호를 확인하고 용의자를 파악했다. 훔친 기름이 어느 주유소에서 팔리는지도 확인했다. 2일 오후 검거에 들어간 경찰은 일당 8명을 모두 붙잡아 3일 절도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대구=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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