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플라자 인수 1년, ‘삼성 스타일’껴안은 애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채형석 애경 그룹총괄 부회장.

애경그룹이 지난해 3월 삼성플라자를 인수한 지 만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이를 인수한 애경에는 어떤 변화가 왔을까.

가장 눈에 띄는 건 삼성 출신의 발탁이다. 채형석(48) 그룹총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삼성플라자 유통본부장을 지낸 조재열(59)씨를 애경그룹 백화점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경영자(CEO)에 앉혔다. 그룹 핵심 분야를 외부 인사에 맡긴, 순혈주의 타파 인사였다. 얼마 전에는 삼성플라자 홍종길 마케팅팀장을 애경백화점 본점(서울 구로점) 점장에 발탁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또 내년에 문을 열 경기도 평택점을 비롯해 향후 문을 열 백화점과 면세점에 삼성플라자 출신들을 적극 중용할 계획이다.

삼성플라자가 인수된 직후 임직원들 사이에 말이 많았다. “삼성맨이 갑자기 애경 직원이 될 수 있느냐”는 볼멘소리도 있었다. 채 부회장은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애경과 삼성의 화합에 나서기로 한 연유다.

삼성플라자라는 점포명을 당분간 유지하고, 급여와 복지도 삼성 수준에 맞추도록 노력했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삼성플라자는 지난해 당초 영업 목표를 10%가량 웃도는 52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목표는 5500억원. 채 부회장은 “애경은 삼성플라자를 인수한 것이 아니라 삼성의 인재를 스카우트한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애경은 조직 면에서도 삼성의 특장을 받아들였다. 임원 직급체계를 종전 6단계에서 5단계(상무보→상무→전무→부사장→사장)로 축소한 것이 일례. 한 임원은 “삼성 끌어안기가 결과적으로 직급과 급여를 올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좋아했다.

조재열 사장의 화합 노력도 한몫했다. 그는 삼성 후배들에게 애경그룹의 문화를 수시로 전파했다. 애경 관계자는 “조 사장의 조직 충성도는 대단하다. 기업문화 교육은 애경에서도 신입사원 시절을 지나서는 자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채 부회장은 그룹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인 항공 부문도 외부인사인 고영섭(63) 사장에 일임했다. 전투비행사 출신의 고 사장은 애경이 민관 합작 항공사를 설립하기 위해 제주도와 협상을 벌일 때 제주도 측 협상단의 일원이었다. 그는 제주항공 출범과 함께 제주도 지분의 부사장으로 있다가 얼마 뒤 고문으로 물러났다. 채 부회장이 그의 전문성을 높이 사 중용한 것이다.

애경그룹의 외형이 커지면서 채 부회장은 관심의 절반을 인사와 조직관리에 할애한다고 한다. 그는 “애경이 도약하려면 내부 인재 양성 못지않게 탁월한 외부 인재 영입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선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