還生라마 스페인소년 양육싸고 줄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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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내 아들은 라마이기 전에 엄마를 필요로 하는 어린애일 뿐이다.』 10세짜리 스페인 소년 한명을 놓고 티베트 불교계와 친어머니가 양육에 대한 의견차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문제의 소년은 20년전 불교도로 개종한 스페인 여인 마리아 토레스(41)의 여덟 자녀중 다섯째인 오셀.스페인 남부 알푸자라 산맥에 위치한 작은 불교도 공동체 마을에서 태어난 오셀은 탄생 직후부터 환생(還生) 라마(티베트 불교의 고 승)임을 나타내는 몇가지 신비한 조짐을 보였다.생후 14개월 무렵 티베트고승(高僧)들 앞에서 84년 사망한 라마 예쉐의 소지품을 알아맞히는 관문을 무난히 통과,마침내 티베트의 최고 종교지도자 달라이 라마에 의해 예쉐의 환생으로 인 정받았다.
오셀은 그후 집을 떠나 달라이 라마가 망명해있는 인도와 네팔등지에서 진정한 라마가 되기 위한 수련에 들어갔다.그러나 2년전 인도를 다녀온 이웃 불교도들로부터 『오셀이 밤이면 외로움에울다 지쳐 잠이 든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놀란 나머지 마리아는인도로 날아가 오셀을 스페인으로 데려와버렸다.하지만 그동안 라마僧생활에 익숙해진 오셀은 형제자매는 물론 이웃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문제아」가 되고 말았다.
또 스페인人인 오셀이 오랜 격리생활 때문에 스페인 문화와 관습에 무지하다는 것도 큰 걱정거리.마리아는 오셀을 유럽인으로 키우는 것이 앞으로 오셀이 서구에 불교를 전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데 필수적이란 생각이다.
줄다리기끝에 티베트 승려들과 마리아는 최근 타협점을 찾았다.
이혼한 남편이 오셀과 인도에서 함께 생활하고,마리아는 매년 한달간 오셀을 방문할 수 있으며,스페인人 가정교사가 오셀에게 스페인어와 역사.문화를 가르치게 된 것이다.
〈申藝 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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