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값 상승 사이클 진입 농업 관련 펀드 투자 적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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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태국에서는 쌀값이 하루 새 30% 폭등하기도 했다. 그러자 직접 기계를 들고 논에 들어가 벼를 수확해가는 도둑까지 나왔다.”

2일 방한한 네덜란드 로베코자산운용의 헤정 반 드 기어(사진) 펀드매니저는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로베코운용은 네덜란드의 농협 격인 라보 은행의 자회사로, 마이애셋자산운용이 1월 말 출시한 ‘마이애셋글로벌코어애그리주식’ 펀드의 운용 자문을 맡고 있다.

-최근 농산물 급등세가 꺾였다.

“투기 세력이 빠져서다. 오히려 지금이 선물 시장에 단기 투자하는 펀드가 아니라 장기로 농업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이들에겐 기회다. 농산물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 전 세계 인구가 꾸준히 늘면서 곡물 소비가 증가하고, 고기도 많이 먹게 되면서 이들을 사육하는 데 들어가는 곡물 수요도 급증했다. 40년 전만 해도 중국인은 연간 1인당 5㎏의 고기를 섭취했지만 지금은 50㎏ 넘게 먹는다. 미국인이 120㎏ 소비하는 것을 감안하면 더 늘어날 것이다. 또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 곡물을 원료로 하는 바이오에탄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거다. 그런데 공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수요는 느는데 공급은 못 받쳐주니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하지 않나.”

-그래도 변동성이 심하다.

“단기로 보면 그렇지만 장기로 보면 농산물 가격은 상승세다. 또 농산물 자체가 아니라 농업 관련 기업에 투자하면 농산물 가격 하락을 보전할 만한 장치가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이 보유한 땅이다. 농산물 가격도 오르지만 땅값도 오른다. 예를 들어 골든애그리리소스 같은 회사는 전 세계 보유 농지가 남한 땅의 16%에 달한다. ‘투자의 귀재’라는 조지 소로스는 이런 이유로 브라질의 농장을 샀다.”

-농산물 펀드 전망은.

“우리 펀드의 경우 편입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평균 23%에 달하는데도 주가수익비율(PER)은 평균 15.4배에 불과할 정도로 저평가됐다. 농업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장기로 투자하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거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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