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광대한 자원 믿고 외국기업 1호 설립…17년 만에 30개 회사 일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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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소련이 붕괴되던 1991년, 31세의 대한민국 젊은이가 ‘미지의 땅’ 카자흐스탄에 첫발을 내디뎠다. 갓 독립해 정치·경제적으로 혼란스러운 때였다.

그는 무역을 하면서 모은 종자돈과 도전정신으로 회사를 만들고 맨땅을 일구기 시작했다. 17년 뒤 그의 회사는 카자흐스탄에서 호텔·건설·자동차판매·자원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NTC카자흐스탄의 최고경영자(CEO) 김정대(48·사진) 회장의 이야기다. 그가 91년 세운 NTC카자흐스탄은 카자흐스탄 독립과 함께 현지에 세워진 첫 번째 외국기업이다. 김 회장은 “광대한 영토와 자원을 가진 카자흐스탄이 언젠가는 세계의 이목을 끌 신흥 성장국이 될 거라는 믿음을 가졌다”며 “리스크가 컸지만 미래를 보고 투자한 것이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지금은 30여 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CEO가 됐지만 이 자리에 오기까지 시련도 많았다. 내국 기업과의 차별을 견뎌야 했고,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면서 영업망을 넓혀야 했다.

그는 “한국 기업과 손잡고 사업을 하려면 카자흐스탄이라는 나라부터 설명을 시작해야 했다”며 “유조선을 발주하려고 국내 기업을 찾았더니 ‘바다로 나갈 수도 없는데 무슨 유조선이냐’며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내륙국가지만 내해인 카스피해를 통해 석유를 러시아의 송유관 기지까지 운송한다.

그는 현재 우림건설·동일하이빌과 함께 아스타나·알마티에서 수조원 규모의 복합단지 건설사업을 진행 중이다. 카자흐스탄 판 ‘뉴타운’이다. 현지 자만은행을 인수하며 금융사업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자원개발이다. 그는 현재 구리·몰리브덴의 매장량이 8300만t에 달하는 카라타스 광산을 개발 중이다. 매장량 30만t 정도의 에키바스투스-시데르친 니켈·코발트 광산의 지분도 취득했다.

최근에는 한국전력과 손잡고 우라늄 광산 업체 인수에 나섰다. 성공할 경우 매장량 3만5000t에 달하는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전력 생산의 40%를 원자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8년치 사용량이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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