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三豊 뒷전서 선거구 나눠먹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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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치인이란 도대체 어떤 부류의 사람들인가.15일째 접어든 삼풍백화점참사에서 아직도 실종자 2백여명의 행방을 못찾아 온 국민이 비탄에 젖어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치권의 한편에선 신당 창당작업에 골몰하는가 하면 다른 일각에선 여야가 머리를 맞댄채선거구 획정문제를 놓고 자기이익 고수에 야합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12일 여야 3당총무가 합의한 국회의원선거구획정안을 보면 우리 정치권의 적나라한 치부가 그대로 드러난다.우선 선거구획정이 이 참사의 와중에 여야가 일사천리로 합의해야 할 만큼 급박한 문제였는가.더욱 중대한 문제는 여야가 선거구획정 에 관한 원칙을 철저히 무시한채 각 정파및 의원들의 기득권유지에만 급급했다는 점이다.
여야는 지난 3월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위원장 崔鐘律한국신문협회장)가 위헌가능성의 소지를 담고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타협안으로 마련한 건의안마저 팽개쳤다.
획정위는 당시 선거구의 인구편차를 「상한 30만~하한 7만명」으로 한 다는 고육적 건의안을 마련했다.최대인구편차가 14代국회 때의 4대1에서 4.3대1로 후퇴한 것이었다.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한결같이 선거구의 과도한 인구편차를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사항으로 판시(判示)하고있다.일본에서는 80년대의 일련의 위헌판결에 따른 선거구조정으로 인구편차를 최대 3대1까지로 축소했으며,독일 에서는 아예 연방선거법에 특정 선거구의 인구와 선거구당 평균인구의 편차를 상하 25%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여야는 획정위의 느슨한 원칙제시마저 아예 무시하고 인구 7만명미만의 선거구 5개를 존치시키고,30만명미만의 통합시8개도 현재대로 복수 선거구로 두기로 합의했다.여야가 각기 당략을 충족시키기 위한 야합에 충실한 결과다.자기 이익을 지키고챙기기 위해선 최소한의 원칙과 명분도 안중에 없다는 논리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정치개혁의 중요사안으로 제기한 선거법개정과 김대중(金大中)씨가 21세기대비를 위한 신당창당론의 제기가 고작 거꾸로 가는 이같은 선거구획정을 하자는 것인가.국민은 깨어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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