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식탁, 지킴이 노릇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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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물 오염을 비롯한 식품안전 사고가 발생하면 소비자와 언론에 전문가의 평가 의견을 즉시 제공해 소비자의 불안감과 업계의 불필요한 손실을 최소화하겠습니다.”

최근 설립된 한국식품안전연구원 원장을 맡은 이형주(60·사진) 서울대 식품공학과 교수의 각오다. 식품사고의 판관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식품안전연구원은 1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은 비영리단체다. 이 원장을 비롯해 세종대 경규항 교수, 이화여대 오상석 교수, 고려대 이광원 교수, 서울대 유상렬 교수, 중앙대 하상도 교수, 경희대 김해영 교수, 건국대 서건호 교수 등 20여 명의 교수가 참여했다.

“상당수 식품관련 사고가 검찰·경찰 등 식품안전에 관한 한 비(非)전문 기관에서 한 건을 터뜨리는 식이어서 소비자에겐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기업엔 엄청난 타격을 입히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검찰에서 제기한 삼양라면 공업용 우지 파동(1989년), 포르말린 통조림 파동(98년)이 대표적인 사례입이다. 둘 다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해당 업체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죠. 2004년 경찰에서 발표한 불량 만두 사건도 관련업자 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사회적 충격이 컸지만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습니다. 이럴 때 전문가들이 적극 나서서 교통 정리를 해줄 필요가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별명이 독일병정인 그는 외압 바람막이를 자처했다.

“식품안전 평가는 관련업체·소비자단체·언론 등에서 관심이 많은 민감한 사안입니다. 원장의 역할은 이런 외압의 방패가 돼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연구원은 공정성과 신뢰가 최고의 재산이며 그것을 잃으면 존립할 수 없어요.”

그렇다면 전문가로서 최근의 각종 식품 오염 사고를 어떻게 보는지 물어봤다.

“이물은 일반인의 예상보다 실제 위험은 적습니다. 건조한 식품(노래방 새우깡)이나 냉동 식품(미국산 냉동야채)에선 세균이 자랄 수 없어 배탈 등 질병을 일으킬 위험은 비교적 적습니다. 칼날이 더 위험하지요. 이번에 미국산에서 쥐가 나온 데서 알 수 있듯이 아무리 선진국이라도 이물을 100% 제거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불쾌한 사고를 막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소비자는 식품 위생·안전에 관한 한 무결점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식품업체들이 선진 식품안전 예방 시스템인 HACCP(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를 적극 도입, 이물 발생을 최소화해야 할 것입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한 리콜(수거)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화제는 프랑스산 포도주의 농약 검출, 이탈리아산 모차렐라 치즈의 다이옥신 오염 문제로 이어졌다.

“정확한 검사결과가 나오지 않아 지금 당장 그것들이 유해하다, 아니다 결론을 내리긴 어렵습니다. 여러 대학 식품안전 전공 교수들이 의기투합해 식품안전연구원을 설립한 이유도 이런 평가를 제대로, 신속하게 하자는 것이죠.”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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