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직무정지] 민주 '내홍 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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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전 민주당 상임중앙위원회의에 참석한 김경재.김영환.한화갑(오른쪽부터)의원 등 당직자들이 탄핵정국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14일 오전 여의도 민주당사에선 두 가지 상반되는 장면이 교차했다. 설훈.조성준.정범구.박종완 의원 등 쇄신파 의원 4명은 당사 2층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애초부터 탄핵에 반대해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았던 의원들이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잘못된 탄핵안 가결에 대해 어떤 변명으로도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며 "국가적 비상사태를 초래한 지도부는 총사퇴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같은 시간 3층 소회의실에선 지도부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상임중앙위가 열렸다. 조순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쇄신파 의원들을 매섭게 질타했다. 사전에 쇄신파의 성명서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그는 "당이 잘될 때는 이득.혜택을 누리면서 당이 어려움에 처해 사투를 벌일 때는 수수방관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내가 당 대표로서 이런 사람들을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방법으로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까지 했다.

향후 민주당 내 쇄신파와 지도부 간에 탄핵 정국의 책임을 놓고 양보할 수 없는 일전이 예고되는 장면이었다.

현재로선 쇄신파가 수적으로 열세다. 고작 현역의원 4, 5명뿐이다. 그러나 여론 추이에 따라 적지 않은 세 규합도 가능할 전망이다. 설훈 의원은 "투표에 참여했던 의원 중에도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며 세 모으기에 자신감을 표했다. 이날만 해도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고재방 전 청와대 부속실장이 각각 탄핵 가결을 비판하고 탈당했다.

그러나 지도부의 반응도 강경하다. 趙대표는 이날 쇄신파들을 향해 "만약 국민의 70%가 (탄핵을)지지했다고 하면 (쇄신파는)어떻게 나왔을 것이냐"고 반문했다. 민주당으로서는 불리한 여론과의 싸움 못지않게 당내 투쟁도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상케 한 하루였다.

강갑생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jongta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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