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對쿠바 禁輸정책-중남미國 협조거부 실효성 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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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쿠바에 피델 카스트로정권이 들어선지 수년후부터 계속돼 온 미국의 對쿠바 봉쇄가 최근 들어 중남미 국가들의 협조 거부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8일 뉴욕 타임스紙에 따르면 중남미 14개국 모두가 미국의 對쿠바 금수(禁輸)정책을 따르지 않는 것은 물론 오히려 쿠바와의 교역.투자 확대등을 늘려나가고 있는 상황이다.중남미 국가들의 이같은 「반항」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이 쿠바와의외교관계 현황이다.
30년전만 해도 이 지역 국가중 쿠바와 외교관계를 맺은 나라는 멕시코 단 1개국이었으나지금은 코스타리카.도미니카공화국.온두라스등을 제외하고 모두 관계정상화가 돼 있는 상태다.
온두라스의 경우도 신임 카를로스 레이나 대통령이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시사하고 있어 머지않아 수교국으로 돌아설 전망이다.
미국이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여행제한도 이들 나라엔 먹혀들지않고 있다.쿠바 국영항공 쿠바나 데 아비아시온은 10개 중남미국가들에 취항하고 있으며,올해 쿠바 방문자수는 22만명에 이를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의 봉쇄 정책을 무시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는 멕시코다.
멕시코는 현재 쿠바에 2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비롯,쿠바가 중남미 국가들로부터 수입하는 물량의 절반 정도를 공급할 만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브라질도 쿠바에 연간 60억개비 규모의 담배 생산 설비 투자와 함께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쿠바 수도 아바나의 리브레호텔 도장공사를 수주하는등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이밖에 쿠바가 추진중인 국영기업 민영화에 대해 아르헨티나.멕시코.콜롬비아등 쿠바가 외채를 쓰고 있는 나라들이 채무변제 형식으로 적극 참여하고 있다.
중남미국가들로 하여금 이같은 변화를 가져오게 한 주 요인은 근래 이 지역을 중심으로 한 경제권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잠재력을 지닌 쿠바 시장의 가치가 새롭게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막강한 경쟁력을 지닌 미국 기업들의 손이 묶 여있다는 것이 이들 국가의 쿠바 진출 의욕을 더욱 북돋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美정책에 대한 중남미국가들의 거부감은 지난 5월 있은 14개국 외무장관회담에서 적나라하게 표출됐다.이들은 美의회가 미국에서 활동중인 외국 기업들중 쿠바와도 관계를 맺는 기업들에 제재를 가하는 법안을 처리하려는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선언,쿠바 문제에 관한 한 미국은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처지임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워싱턴=金容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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