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 반대" 300만명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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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대만의 천수이볜(陳水扁)총통 지지 세력과 정권교체 구호를 앞세운 야당 연합이 '거리의 결투'를 벌이고 있다.

총통 선거(3월 20일)를 일주일 앞둔 지난 13일 대만 전역의 25개 도시는 '총통을 바꿔 대만을 구하자(換總統 救臺灣)'는 구호를 앞세운 시위대로 가득 찼다. 롄잔(連戰)국민.친민당 연합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 유세나 다름없었다.

대만 언론들은 "300만명이 참가해 사상 최대 시위였다"고 말했다. 전체 인구(2300만명) 중 10%가 거리에 나온 것이다.

이날 시위에는 경제난과 함께 각종 개혁과 부패 척결이 표류한 데 대해 불만을 품은 반(反) 천수이볜 세력이 총결집했다.

더욱이 陳총통의 부인(吳淑鎭)이 이날 시위에 대해 "고양이 두세 마리나 모일 것"이라고 냉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심 이반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타이베이(臺北)에선 40만명이 "경제와 평화를 살려 대만을 구하자"는 구호를 외치는 가운데 롄잔 후보 부부가 "대만을 사랑한다는 약속을 지키겠다"며 땅 바닥에 키스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陳총통 진영도 같은 날 가두 유세로 맞불을 놓았다. 자신과 민진당의 지지 기반인 남쪽의 가오슝(高雄)에서 "전 세계가 대만을 지켜보고 있다"며 50만명이 참석한 야간 집회를 열었다.

陳총통 측은 지난달 28일 반중(反中)시위를 벌여 200만명의 대만 독립 세력을 결집한 바 있다. 이들은 "(대만 독립)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검은돈(불법 정치자금)을 뿌리뽑고, 국회의원을 절반으로 줄여라"고 주장했다.

陳총통은 "롄잔 측의 대형 시위는 롄잔 후보가 지난번 선거 패배의 한(恨)을 풀기 위해 대만을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세몰이 경쟁에서 陳총통 측이 약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롄잔 후보가 대선에서 대략 80만표 차이로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대만 사회가 분열과 갈등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경고가 적지 않다.

대만 본토 출신과 중국 대륙 출신 간의 대만 독립 논쟁과 함께 남북.세대.이념 간의 대립이 더욱 격화돼 정치불안이 심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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