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더] 컨트리 리스크 높아지지 않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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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미국에서 자국 기업의 주가를 결정할 때 기업의 실적과 각종 경제지표들이 절대적인 평가기준이 된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투자할 때는 기업 실적 못지않게 '컨트리 리스크'를 따진다.

세계적인 금융전문 잡지인 유러머니는 이 같은 국가위험도를 1982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발표해 국제자본의 투자지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평가항목 중 정치적 위험은 무려 25%의 비중을 차지해 경제성장 전망과 같은 무게를 갖는다.

99년 조사에서 룩셈부르크.스위스.미국이 차례로 1~3위를 차지했고, 우리나라는 40위, 북한은 1백40위를 기록했다. 정치안정이 확보된 나라일수록 위험도가 낮음을 알 수 있다. 대외 채무 상환은 물론 증시에서의 환금성을 언제든지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기업의 주가에는 컨트리 리스크가 크게 작용한다. 남북 긴장과 북핵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정치불안도 국내 기업의 값을 깎아내리는 요인이 된다. 이 때문에 외국인은 국내 기업의 주식을 살 때 '코리아 디스카운드'를 요구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우량 기업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도 외국의 경쟁 기업에 비해 주가가 상대적으로 싼 것도 이런 이유다.

지난 주말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증시에서는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대통령 탄핵 사태로 한국의 컨트리 리스크가 추가로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정세에 익숙해 있는 외국인에게 탄핵 정국 자체가 감점 요인이 될 것같지는 않다. 정국이 혼란에 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근래 북한의 서해.판문점 도발 때 외국인의 침착한 태도를 감안하면 국가 안보가 위태로운 상황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주 사흘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그만큼 우량 기업의 실적을 비롯한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에는 변함없을 것이란 판단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주 증시는 외국인 투자의 향후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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