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아 납치 미수’ 충격의 CCTV … 경찰 나흘간 “단순 폭행”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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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초등학생을 폭행하고 납치하려던 범인이 아파트 1층 통로를 빠져 나가다 CCTV에 찍힌 모습. 본지는 추가 범죄를 예방하면서 조속한 검거를 위해 범인의 얼굴을 공개키로 했다.

여자 초등학생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40대 괴한에게 무자비하게 폭행당하고 납치될 위기에 놓였다가 이웃 주민에게 구출된 사건이 일어났다.

이런 상황은 아파트 폐쇄회로TV(CCTV)에 선명하게 포착됐다. 사건이 발생한 날은 경찰청이 ‘어린이 납치·성폭행 종합 치안대책’을 발표한 지난 26일이었다. 그러나 관할 경찰은 범행이 선명히 찍힌 CCTV를 보고도 단순 폭행 사건으로 분류했다.

참다 못한 피해 어린이의 부모와 이웃 주민들이 나섰다.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직접 CCTV에 찍힌 범인의 전단지를 만들어 아파트 일대에 붙였다. 주민들은 경찰 수사를 비난하고 있다.

30일 경기도 고양시 대화동 S아파트 주민과 경찰에 따르면 26일 오후 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초등학교 3학년인 A양(10)이 들어서자 점퍼 차림에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끌어내려 했다. A양이 반항하자 괴한은 흉기를 들이대며 발길질을 하고 주먹으로 때렸다.

괴한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3층에서 문이 열리자 A양의 머리채를 잡고 강제로 끌어내려 했다. A양은 엘리베이터 안전 손잡이를 잡고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쳤지만 신발 한 짝이 벗겨진 채 끌려 나가고 말았다.

그때 “살려 달라”는 A양의 비명을 들은 1층 주민 C씨(20·여)가 3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러자 괴한은 A양을 3층에 내버려 둔 채 4층으로 걸어 올라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온 뒤 태연하게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범행 전 과정은 CCTV에 그대로 찍혔다. A양은 입술이 터지고 온몸이 멍드는 상처를 입었다.

A양의 아버지는 10분 뒤 아파트 인근의 일산경찰서 대화지구대에 신고했다. 대화지구대는 27일 일산서에 단순 폭행 사건으로 보고했다. 경찰이 CCTV 화면을 확보한 것은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수배 전단지를 배포한 지 이틀 뒤였다.

전익진·한은화·홍혜진 기자

▶일산 어린이 납치 현장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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