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격전지] 이훈규 측 “이웃 천안과 공동 발전” 이명수 측 “아산의 명성 되찾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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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과 연계해 공동 발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한나라당 이훈규 (左) 후보 측)

“천안에 가려진 아산을 독자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자유선진당 이명수 (右) 후보 측)

18대 총선 충남 아산 지역의 주요 후보 대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천안 변수’가 작용하고 있다. 아산시의 인구는 23만여 명으로 천안(52만여 명)의 절반에 못 미친다. 변변한 멀티플렉스 극장 하나 없어 주민들이 영화를 보려면 차로 40분을 달려 천안을 찾는다고 한다. 아산 주민의 소외감은 2004년 개통한 KTX역 명칭이 ‘천안-아산’역으로 정해지면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행정구역상 역사(驛舍)가 아산에 있음에도 힘에 밀려 명칭을 뺏겼다는 정서가 짙다.

이런 지역 정서는 선거 전략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훈규 후보는 30일 천안의 한나라당 후보 두 명과 ‘천안-아산 공동 공약발표회’를 열었다. 캠프 측은 “규모가 큰 천안을 적대시하면 결국 아산에 피해가 돌아올 수밖에 없다. 충청권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봐야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명수 후보는 ‘아산 내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온천 지역의 명성 회복’을 기치로 내걸었다. “국도를 확장해 접근성을 높이고 과거 신혼 여행지로 이름 높았던 온양(아산의 옛 지명) 온천의 명성을 회복하겠다”는 주장이다. 이런 차별화된 전략은 두 후보의 이력과도 연관이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나라당 이 후보는 현역인 이진구 의원을 누르고 전략공천됐다. 당의 높은 지지율을 표로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그래서 지역을 연계해 개발해 나갈 수 있는 ‘힘 있는 여당 의원’을 강조한다.

선진당 이 후보는 충남부지사와 지역 대학 두 곳의 부총장을 지내면서 현안에 밝다. 17대 총선과 5·31 지방선거에 나와 인지도도 높다. 구체적인 지역 이슈를 파고든다는 복안을 갖고 나온 이유다.

유권자들 사이에서 두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도 뚜렷이 나뉘었다.

“이훈규 후보가 지검장 출신이라 무게감이 느껴진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도 여당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식당 주인 이한복(52)씨)라는 주장과 “행정 처리만 봐도 천안에 10년은 뒤처져 있는 것 같다. 행정가 출신에 지역 현안을 잘 아는 이명수 후보가 제격”(건축설계사 박영길(34)씨)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었다.

이들의 틈새를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측근인 강훈식 후보가 파고들고 있다. 강 후보는 배방·탕정 등 신도시 지역 유권자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신도시에 유입된 이주민 중 70%가 경기도 출신으로 손 대표에게 상당한 호감을 갖고 있다”며 “창조한국당과 민주노동당 등 개혁진영에서 후보를 내지 않아 노조와 젊은 회사원들의 표가 결집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산=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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