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봤습니다] 제네시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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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기자는 2005년 미국에서 연수하던 시절 고속도로를 주행하면서 ‘크루즈 컨트롤’이라는 편의장치를 자주 애용했다. 시속 70마일(약 112㎞) 정도로 세팅해 놓으면 페달을 밟을 필요 없이 운전대만으로 한 시간 정도 편안한 운전이 가능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크루즈 컨트롤이 장착된 차량을 보고 과연 얼마나 이 장치를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한국의 고속도로는 주말이건 주중이건 차량통행이 많은 편이어서, 세팅이 풀린 뒤 재세팅하는 불편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자동차가 야심차게 출시한 최고급 세단 제네시스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은 달랐다. SCC는 크루즈 컨트롤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기술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붙은 레이저 센서가 앞차와의 거리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스스로 액셀과 브레이크를 밟으며 차간 거리와 속도를 유지하는 장치다. 이미 해외에서는 크루즈 컨트롤 앞에 ‘액티브’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등의 이름이 붙어 상용화된 지 오래였으나, 규제에 묶여 국내에 수입되지 못했다. 이제 제네시스를 계기로 수입차에도 본격적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봄비가 세차게 내리치던 22일 오후 제네시스를 몰고 서해고속도로를 통해 서울과 충남 서천을 왕복했다. 규정 속도인 시속 110㎞에 맞춰놨더니 크루즈 컨트롤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액셀에서 발을 뗀 상태에서 운전대 오른쪽에 붙은 SCC 스위치를 눌렀다. 계기판에 차량 모양이 뜨면서 단계를 표시하는 세 갈래의 줄이 함께 보였다. 이와 동시에 SCC는 앞차와의 거리를 맞추기 시작했다. 도로가 정체현상을 보이면서 앞차가 80㎞로 달릴 때에는 제네시스도 함께 80㎞로 속도를 늦췄다. 이 시스템은 시속 40∼180㎞에서만 작동된다.

앞차와의 간격은 설정 속도에 따라 달랐다. 앞차에 도달하는 시간이 각각 2.5초(1단계)에서 1.2초(3단계)로 설정돼 있다고 했다. 즉 시속 100㎞로 달릴 경우 차간 간격이 가장 넓은 1단계에서는 70m 정도를, 가장 좁은 3단계에서는 33m 정도를 띄웠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SCC는 앞차와의 간격을 훌륭하게 유지했다. 옆 차선의 차가 끼어들기라도 하면 이를 곧바로 인지해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고 간격을 벌릴 정도로 스마트했다. SCC가 야간 안전운전의 분명한 버팀목이었다. 덕분에 편안하게 빗길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 무인자동차 시대가 멀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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