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가치관 뚜렷한 책임경영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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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번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을 보고 생각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기업경영이 이익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고객과 종업원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바뀌지 않으면 이런 사건은 항상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것이다. 나는 기업경영의 기본원리를 이익-고객-품질-기술-현장-종업원-가치로 연결되는 「전략의 고리」로 설명하고 있다.기업은 이익을 추구하고 이익으로써 생존을 정당화한다.그러나 이익을내기 위해서는 우리 제품을 사주는 고객이 있어야 하고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품질이 좋아야 한다.품질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있어야 하고 기술은 현장에서 종업원을 통해 개발되는것이다.따라서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고객 봉사와 종업원 개발을중요시해야 하는 것이다.그러나 많은 기 업이 이익에만 치중하고고객봉사와 종업원 개발은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
얼마전 나는 백화점에서 산 물건을 바꾸러 갔다가 바꾸지 못하고 돌아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종업원에게 바꿔주면 무슨 불이익이 있는가하고 물었더니 『나는 매출액으로 고과를 받는데 바꿔주면 매출이 줄어 고과에 마이너스가 간다』는 것 이다.이렇게매출액으로 종업원을 평가해서 어떻게 고객만족을 가져올 수 있겠는가.그러나 그 백화점은 「고객 만족은 우리의 기쁨」이라고 선전하고 있는데 그들이 진정 노리는 것은 더 높은 매상고가 아닐까.이익에서 고객과 종업원으로 경영의 차원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치가 요구된다.여기서 가치는 「이 사업은 내가 일생을 걸고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는 사업에 대한 가치를 말한다.이러한 도전적 가치를 가지고 있을 때 실패를 마다하지 않고 기술개발에 매진하는 열정 과 좋은 제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봉사하겠다는 정신이 나온다.삼성의 故 이병철(李秉喆)회장이 다른 모든 사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사업에 엄청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할 수 있었던 것은 남은 여생을 걸고 반도체 사업은 해볼 만한 것 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무엇때문에 일을 하고 사업을 하는가.
돈때문인가 가치때문인가.
가치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욕구다.『죽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의미없는 죽음이 두렵다』는 말이 있다.
가치는 꿈과 희망을 제공하고 우리를 흥분시키고 열정을 불러일으킨다.美우주항공국(NASA)에서 60년대초 「인간을 달에 착륙시킨다」는 숭고한 목표에 과학자들이 열정을 가지고 참여했고 달 착륙 프로그램은 성공할 수 있었다.무슨 일이든지 잘하기 위해서는 단지 돈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 은『일생을 걸고 해볼 만한 일』이라고 하는 가치를 확립해야 한다.
사업에 대한 열정이 있을 때 경영은 하나의 예술적 차원으로 격상된다.
이럴 때 그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는 피카소의 그림같이 정신(혼)이 깃들이게 된다.미국의 어떤 가구회사는『우리들은 가구를 팔지 않고 정신을 판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회사의 가구가 잘 팔리는 것은 단순히 잘 만들고 디자인이 좋고 편안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구에는 정성이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제품에 정신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일에대한 가치를 확립해야 한다.
따라서 최고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사업적 가치를 확립하고 종업원과 공유하는 것이다.국민 성금을 모아 건립된 독립기념관의 전시관에 물이 샜다든지,지하철 공사장에서의 가스폭발과 같은 것은 일에 대한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아 일을 적당히 해도된다는 마음가짐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도된 가치관을 바로잡고 황폐화된 마음을 순수하게 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우리 사회를 경쟁사회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인.허가 등 진입장벽을 허물고 대외개방을 통해 경쟁을 심화시켜 나가야 일생을 걸고 이 사업을 해보겠다는 일에 대한 가치관은 확립될 수 있을 것이다.더욱 필요한 것은 엄격한 평가다.적당하게 평가하는 사회는 적당하게 일하는 사회를 낳는다.나는이번 삼풍백화점 사고를 계기로 철저하게 책임을 묻는 선례를 남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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