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00년을 더덩실 ‘광대의 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5호 27면

연극 ‘남사당의 하늘’
4월 6일(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평일 오후 8시, 토 오후 3시·7시, 일 오후 3시(월 쉼)

한국 신연극 100년의 신명이 한바탕 무대에서 풀어진다. 구한말 유일의 유랑 예인 집단 남사당의 흥과 한이 세기를 거슬러 넘실댄다. 15년 만에 공연되는 극단 미추의 연극 ‘남사당의 하늘’. 1993년 초연 당시 유수 연극제의 상을 휩쓸었던 역작이 한국 신연극 100주년을 맞아 다시 관객을 찾고 있다.

‘남사당의 하늘’은 한국 최초의 여성 남사당 꼭두쇠 바우덕이의 이야기다. 이름난 어름사니(줄꾼)인 바우덕이는 양반댁 도령과 놀이패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다. 사랑싸움을 막기 위해 나이 든 사당패에 몸을 맡긴 바우덕이는 근대화에 밀려 위기에 처한 남사당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버리고 예술인으로 산화한다. 바우덕이를 묻으며 벌어지는 군무와 판굿은 장렬한 감동으로 회자된다.

극본 윤대성, 연출 손진책, 작곡 박범훈, 안무 국수호, 무대 윤정섭 등 참가자 면면이 화려하다. 바우덕이 역의 김성녀를 비롯해 김종엽(김노인), 윤문식(곰뱅이쇠), 정태화(경화) 등 초연 출연진이 15년 전 그대로 오르고, 여기에 극단 미추의 배우 60여 명이 흥겨움을 보탠다.

풍물(농악), 버나(대접 돌리기), 살판(땅재주), 어름(줄타기), 덧뵈기(탈놀음), 덜미(꼭두각시 놀음) 등 남사당의 여섯 가지 놀이를 무대에 재현한다. 피아노 줄을 이용한 줄타기를 제외하고 모든 기예를 수개월간 익혔다. 배우 서이숙씨는 “서로 보면서 눈물이 날 정도로 호되게 연습했다”고 귀띔했다.

한국 근현대 연극은 1908년 서울 원각사에서 공연한 이인직의 ‘은세계’를 시발점으로 꼽는다. 100년을 기념하여 10월 정동극장에서 ‘은세계’가 다시 오르는 것을 비롯, 유치진의 ‘원술랑’ 등 우리 고전을 재공연하는 행사가 푸짐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