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에 연 2 ~ 4%로 무담보 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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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생활고에 쪼들려 빚을 지고도 갚지 못하는 저소득층에 담보나 보증 없이 돈을 빌려주는 ‘마이크로 크레디트’사업이 본격화된다.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소액서민금융재단(휴면예금관리재단)은 27일 서울 종로구 청진동 삼공빌딩에서 현판식을 하고 공식 출범했다.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방글라데시의 무함마드 유누스가 설립한 그라민은행이 성공을 거두면서 유명해졌다. 그라민은행은 빈곤층 여성에게 소액의 사업자금을 지원했다. 국내에서는 사회연대은행·신나는조합·아름다운재단 등이 유사한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정부가 설립한 신용회복위원회도 2006년 10월 이후 52억원을 저소득층에 대출했다. 하지만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을 목표로 정부 주도의 재단이 발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원은 은행·보험사·저축은행 등이 출연할 휴면 예금·보험금 2000억원이다. 이는 다음달 중 재단으로 출연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000억원의 재원에서 발생하는 운용수익으로 대출이 이뤄질 것”이라며 “올해 100억원가량을 대출하고 매년 대출액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단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사람은 창업이나 취업을 원하는 저소득층,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금융채무 불이행자,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유지하기를 원하는 저소득층 등이다.

재단이 지정한 복지사업자에게 대출을 신청하면 재단이 이사회를 열어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재단은 5월 중 대출을 담당할 복지사업자를 지정하고, 6월부터 본격적으로 대출을 할 계획이다. 대출 금액은 1인당 100만~1000만원, 금리는 신복위의 신용대출과 비슷한 연 2~4%로 결정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신용회복 지원을 위한 소액서민금융재단이 빨리 출범하는 게 좋겠다”며 관심을 보인 데 따라 이날 현판식엔 전광우 금융위원장 등 각계 인사 100여 명이 참석했다. 초대 재단 이사장엔 김병주 한국투자교육재단 이사장이 임명됐으며, 탤런트 유동근·전인화씨 부부가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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