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풀브라이트 장학금 받는 김재민 경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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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인권 보호와 피해자의 인권 보호가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신뢰받는 경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현직 경찰관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풀브라이트 장학프로그램 수혜자로 선발된 경찰대학 김재민(金在珉.41.경정)수사담당 교수. 그는 오는 8월 미국으로 건너가 6개월간 미국 미시간주 랜싱에 있는 미시간주립대에서 형사사법전공 교환교수 자격으로 '경찰의 피해자 수사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풀브라이트 장학프로그램은 미 정부가 우방과 추진하고 있는 학생.교수 교환 프로그램으로, 金경정은 1만7000달러(2000여만원)를 지원받는다. 이 장학재단은 1946년 창설된 단체로 한국에서는 매년 20여명씩, 지금까지 1270명이 지원받았다.

金경정은 특히 피해자 보호 분야의 대가(大家)인 미시간주립대 메리 모라시 교수의 도움을 받으며 연구할 예정이다.

"경찰관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상대로 피해 진술이나 목격자 진술을 받습니다. 그러나 피해자의 상태나 정신적 충격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수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피해자를 '두번 죽이는' 일이죠. 특히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지는 수가 많은 만큼 피해자의 인권보호가 매우 중요합니다."

金경정은 "미 중앙정보국(CIA)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이 어떻게 피해자를 배려하고 피해자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지를 배우고 오겠다"고 덧붙였다.

경찰대(3기) 출신인 金경정은 89년 충북 제천경찰서 수사계장으로 첫 일선 근무를 했다. 이후 일선 경찰서 조사계장.방범계장.파출소장 등을 거쳐 중앙경찰학교에서 수사 교관으로 일했다. 경찰 내 '수사통'으로 꼽히는 그는 현재 경찰대에서 '범죄수사론'과 '피해자학'을 가르치고 있다.

金경정은 "사건 피해자들이 아무 걱정 없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에 협력하도록 해야 '선진 경찰'이 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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