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선거문화 얼마나 달라졌나-선거결과 종합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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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4대 동시 지방선거가 무사히 끝나 5천여명의 「내고장 일꾼」들이 탄생했다.특히 이번 선거에선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종전의고질적 병폐이던 금권선거가 거의 사라져 이제 우리나라도 선거혁명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줬다.이제 어렵게 탄생 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일만 남았다.그러나 우리에겐 지방자치의 경험이 거의 없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本社는 선거초반부터 도움을 주신 6.27지방선거 자문단 다섯명이 참석한가운데 선거결과를 종합평가하는 좌담 회를 마련했다.
[편집자註] ▲사회=당초 우려와는 달리 4대 동시지방선거가 별 무리없이 끝났습니다.이번 선거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주십시오. ▲李교수=각 정당의 지역성이 그대로 나타났습니다.「선거는 지역주민을 비추는 거울」이란 말을 그대로 반영하듯 오로지 지역차별만 나타났습니다.우리나라 정당들의 정책에 차별성이 없음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지요.
통합선거법에 따라 관권과 금권이 배제된 것은 대단한 발전이라할 수 있지요.하지만 언론이 광역단체장만 지나치게 부각시킨 것은 대단한 유감입니다.이번 선거의 의미를 지나치게 대통령선거와국회의원 선거의 「전초전」으로 몰고가는 바람에 지방선거의 특수성을 살리지 못한 게 유감입니다.
▲鄭원장=이번 선거에서 TV등 대중매체가 활용된 것은 매우 바람직했습니다.후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정책을 토론할 기회를 줬을뿐 아니라 후보 개개인을 검증할 기회도 됐고요.
그러나 단점도 없는 건 아니죠.단지 매체에 드러나는 후보의 외모와 말솜씨등만 보고 경력등을 제대로 판단하지 않은 채 투표하도록 유도하는 위험성이 있다는 얘깁니다.
돈 안드는 선거가 정착되고 옛날과 같은 이른바 「세몰이 선거」가 사라진 점,선거자원봉사자제도가 도입된 점,개인연설회에서 후보가 유권자들을 찾아다니며 유세하는 점등도 긍정적인 측면이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러나 언론이 서울시장과 광역단체장만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바람에 지방에서는 자기 지역 후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심지어 충북지역의 한 유권자는 『도지사에 정원식(鄭元植)을 찍어야 할지 누굴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 웃지못할상황도 벌어졌어요.
▲金원장=관권.금권선거가 사라져 선거문화가 한층 높아진 것은진일보한 측면이 있어요.그러나 광역단체장만 집중적으로 부각되고지방의회는 홍보부족으로 뒷전에 밀린 점은 아쉽습니다.
▲金교수=유권자들이 지방의원에 대해 관심을 적게 갖는 건 당연합니다.단체장에 비해 의원은 권한이 너무 작아 자연히 관심권에서 상대적으로 밀리게 되죠.앞으로 제도적인 검토가 필요한 부분입니다.또 이번 선거 결과를 피상적으로 보면 지 역분할구도가고착돼 이른바 「新3金시대」가 도래한 것처럼 비쳐질 것입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자세히 보면 우리 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이 엿보이기도 합니다.서울에서 무소속 박찬종(朴燦鍾)후보가 33.6%를 득표하고 부산에서도 노무현(盧武 鉉)후보가 선전한 것은 이른바 「3金」에 대해 경고하는 강한 메시지로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돈은 묶고 말은 풀라」라는 표현대로 통합선거법은 금품수수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습니다.과연 이번 선거법으로우리의 선거문화가 얼마나 바뀌었는지,그리고 실제로 금품수수나 관권개입등 종전의 고질적 악습이 사라졌는지 실제로 느낀 점및 개선책을 제시해 주십시오.
▲金사무처장=과거에 비해 금권선거가 크게 사라지고 관권선거도없어지긴 했습니다.그런데 공무원들이 해야할 단속을 안한다거나 선심정책을 발표하는등 간접적인 선거운동을 하는게 여전히 문제점으로 대두됐어요.
▲鄭원장=공무원들이 오히려 지나치게 뒤로 물러서는 것이 걱정이 될 수도 있지요.선거때만 되면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통상적인 업무도 일부러 뒤로 미루는 경우도 있지않습니까.
▲金원장=공무원들이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도 주위에서 보기엔 마치 선거운동을 하는 것처럼 오해받을 소지가 있지요.그래서 선거때만 되면 몸을 사리는 공무원들도 있다고 합니다.
▲金사무처장=이번에 실제로 지역감정이 표출된 것은 각 정당의공천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지요.
아직도 고쳐야 할 부분이 상당히 있어요.우선 선거홍보에 문제가있다고 봅니다.언론이 광역단체장만 지나치게 홍보하는가 하면 자극적인 언어를 구사해 지역감정을 촉발시킨 책임은 면키 어렵지요.상대적으로 의원(특히 기초의원)후보는 홍보가 제대로 안되자개인 명함을 급히 복사해 돌리다 공선협(公選協)에 고발되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사회=동시선거 실시,정당공천제 도입등이 주요 내용인 현행 선거법에는 문제가 없습니까.
▲鄭원장=네가지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나라 전체가 온통 선거열기에 휩싸여 바람직하지 않을 뿐아니라 유권자들이 단체장에게만 관심이 있고 상대적으로 의원선거는 가려져 의원후보들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고 무자격자를 뽑게될 위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일본의 경우처럼 한달에 걸쳐 분산실시하든가,아니면 보궐선거처럼 지역별로 선거실시 시기를 달리하면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지는 일은 없겠지요.
공천문제도 기초단체장의 경우 과연 공천이 필요한지 장.단점을냉철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기초단체장의 23%인 52명이 무소속인 점은 각 정당의 공천이 잘못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지요.
▲金교수=비록 정당공천을 배제하더라도 정당이 엄연히 존재하는한 어떤 형태로든 선거에 개입하게 될 것입니다.따라서 정당공천이 제대로 됐는지를 시민들이 검증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때문에 선거기간중(시민)단체가 특 정정당이나 후보를 지지.반대하는 것을 금지한 공직선거및 선거부정 방지법 제87조는 개정돼야 한다고 봅니다.
▲金사무처장=무소속 후보에 대한 차별이 너무 심합니다.후보 자신이 스스로 하는 선거운동 외엔 모두 불법이다시피하니 국민의참정권을 제약하는 요소라 할 수 있지요.
〈정리=崔俊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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