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외설 방송 처벌 대폭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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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 하원은 11일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이 외설적인 내용을 내보낼 경우 물리는 벌금 액수를 최대 50만달러(약 6억원)로 증액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하원은 이 법안을 391대22로 통과시켰으며 상원도 조만간 비슷한 법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외설적인 내용을 방송한 방송면허 소지자, 즉 방송사 측에 부과하는 벌금을 기존의 최대 2만7500달러에서 50만달러로, 방송에서 외설적 언행을 한 출연자나 진행자들에게 부과하는 벌금도 이전의 1만1000달러에서 50만달러로 올렸다.

외설적 내용의 방송에 대한 처벌을 이렇게 강화한 것은 지난 2월 1일 미국인 중 9000만명이 시청한 수퍼보울(미식축구 결승전) 하프타임 쇼에서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여자 가수 재닛 잭슨의 가슴을 드러나게 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 법안은 FCC가 미성년자들을 텔레비전 폭력에서 보호하고 지난해 FCC가 발표한 미디어 소유 제한 완화 조치를 보류하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날 하원 의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이 법안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론 폴(공화.텍사스)하원 의원은 "우리는 제1차 수정 헌법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이 법안이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제1차 수정 헌법은 의사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미국 텔레비전.라디오 아티스트연맹은 하원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FCC가 외설을 이유로 개별 출연자들에게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조항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연맹의 존 코널리 총재와 그레그 헤싱어 전무는 "그런 입법은 자유로운 의사 표현에 대한 비헌법적 위협이며 예술적 자유를 불필요하게 얼어붙게 할 것이기 때문에 거부한다"고 말했다.

FCC의 마이클 파월 위원장은 10일 "나는 정책시행이 헌법 소송으로 발목잡히는 사태를 보고 싶지 않다"며 이번 법안이 위헌 논쟁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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