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6.27선거 喜悲엇갈리는 3黨표정-民自 침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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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8일의 민자당은 온종일 뒤숭숭했다.아침에는 서울지역 의원 몇몇이 중앙당을 찾았다.그들은 아무나 붙잡고 아우성을 쳐댔다.
큰일났다는 얘기였다.중앙당 탓을 하는 의원도 있었다.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민자당은 이날 아침 고위당직자회의를 열었다.국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그러나 인책은 없을 것임을 예고했다.일단은 이번 선거가 지방선거임을 내세우고 있다.따라서 당정이 책임질 일은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알수없는 일이다.그러기에는 먹구름이 짙게 끼어 있다.한바탕 소나기가 뿌릴 것같은 예감이 든다.패배의 파장이 없을 수 없다.
우선 일반 의원들이 가만 있지 않을 태세다.선거전략 문제를 지적하는 의원들이 많다.이제 와서 공천문제를 들먹이는 의원들도있다.특단의 조치를 요구한다.특히 민정계 의원들이 그렇다.민주계 일부 의원들도 가세한다.모두 내년 총선을 걱 정하기 때문이다. 이번 패배가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의원들도 있다.대구와 충청권 의원들이 그들이다.현재로선 서울도 앞이 캄캄하다.
지도부로서는 이들을 무마하는게 급선무다.무마의 성공여부가 파장의 둘레를 결정할 것같다.
더군다나 정국은 묘하게 꼬여 있다.김대중(金大中)亞太재단이사장의 정치활동은 보다 표면화될 것이다.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도 보다 세(勢)를 키우려할 것이다.야권의 개편 또한 예고되고있다.두 金씨는 민자당내 소외그룹을 빨아들이려 할 것이다.민자당내 민정계가 이탈을 꿈꾸고 있다면 이러한 정황이 정계개편을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민자당 내부의 역학구도도 복잡하다.김윤환(金潤煥)정무장관도 이제 한계점까지 참은 인상이다.민주계의 최형우(崔炯佑)의원도 다시 전면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이한동(李漢東)의원도 자기위상의 확대를 꾀하려 하고 있다.
중진 모두가 이번 선거 이후를 노리고 있었다.더군다나 이들 세사람은 이번 선거에서 체면은 섰다.선거패배는 이들이 나설 수있는 구실을 제공한다.
항간에는 밑도 끝도 없는 구여권세력을 중심으로 하는 신당설까지 유포돼 있다.야당의 변화는 이들의 목소리를 높여줄 수도 있다.한바탕 세(勢)싸움이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李年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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