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에 ‘영어마을’ 있나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9면

새 정부의 영어교육 강조로 입주민들이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영어마을 시설을 갖춘 단지들이 관심을 끈다. 사진은 한 견본주택에 마련된 영어마을의 영어교육 시연 장면.

강원도 강릉시 입암동 대우이안강릉타운에 사는 주부 전모씨. 아이와 함께 아파트단지 안에서 영어를 배우는 아침이 즐겁다. 업체 측에서 비용을 지원해 운영하는 영어교육시설인 영어마을 덕이다. 교육비 부담이 거의 없이 가까운 곳에서 손쉽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전씨는 “아파트를 고를 때 입지여건·브랜드 등을 모두 고려했지만 영어마을에 더 끌렸다”고 말했다.

아파트 분양시장에 ‘영어마을’ 바람이 거세다. 영어 교육 열풍을 업고 역세권·조망권 등과 함께 아파트 분양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마케팅에서 비중이 커졌다.

실제로 분양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영어마을을 계획한 단지는 그나마 선전하고 있다. 미분양이 심각한 지방에서 2006년 영어마을을 도입해 관심을 끈 부산 명지지구 퀸덤1차(2866가구)의 계약률은 현재 80%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어마을을 마케팅 전략으로 채택한 다른 단지도 비슷하다.

이에 따라 분양홍보에서 업체들의 영어마을 경쟁이 치열하다.

신동아건설이 일산 덕이지구에서 분양 중인 하이파크시티 신동아 파밀리에는 원어민 강사가 직접 거주하는 영어아카데미를 설치할 예정이다. 유치부, 초·중 과정으로 나눠 운영된다. 강의실(4실)과 랩실(2실), 영어음악실 등을 갖춰 현지인과 동일한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입주 후 5년간 매년 10명의 학생을 선발해 해외연수 기회도 줄 예정이다.

우미건설이 천안시 청수지구에서 분양예정인 우미린은 실용영어를 집중적으로 가르칠 계획이다. 주말과 방학기간을 활용해 원어민 강사와 함께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영어로 배우는 외부 체험 학습 프로그램도 있다.

남양주시에서 분양 중인 신도브래뉴 3차는 영어를 즐겁게 배울 수 있게 또래끼리 동아리를 만들기로 했다. 광주시 탄벌동의 경남아너스빌 단지 내 영어마을은 정식 학원인가를 받아 운영될 예정이다. 원어민 강사가 상주하며 체험식 영어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하지만 입주민들이 단지 안에서 저렴하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데 한계가 있다. 업체가 운영비를 대개 1∼2년 간은 부담하지만 그 뒤에는 입주민이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주민들의 의지에 따라 영어마을이 문을 닫을 수도 있는 것이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무늬만 영어마을인 경우가 적지 않다”며 “운영비 지원 기간, 프로그램 수준 등을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