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작가들의 미학탐구展-9월17일까지 21세기 갤러리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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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80년대 초.중반에 대학에 다니면서 민중미술계열의 활동을 통해 우리의 암울했던 사회.정치적 상황에 큰 몸짓으로 저항했던 젊은작가들이 90년대 중반을 넘어가는 오늘의 현실을 어떤 식으로 바라볼까.
지난 14일부터 오는 9월17일까지 3개월동안 서울 관훈동 이십일세기갤러리((735)4805)에서 계속되는 「젊은 작가의미학탐구전」은 80년대 이른바 운동권세대로 불리는 작가들의 90년대 적응과 변신을 보여줄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모두 11명의 작가가 1주일 단위로 바통을 이어받는 옴니버스식의 연속개인전 형태로 열리고 있는 이 전시 참가 작가들이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80년대 여러 단체등을 통해 우리의 특수했던 사회현실에 적극적인 비판활동을 펴왔 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따라서 80년대 민중미술의 미학적 자양분을 먹고자랐던 젊은 작가들의 자기반성내지 새로운 비전 모색으로 해석된다. 이 전시의 특징은 폭력적 정권에 항거했던 이념적 동질성을벗어나 작가 개개인의 미학적 실험과 사회에 대한 다양한 인식을한자리에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과거 민중미술이 이념을 앞세운 탓에 작품의 예술적 완결성이 다소 뒤 처졌음을 시인하면서 80년대의 억압적 체제 아래서 접어두었던 각 작가들의개성있는 색깔을 이제는 다시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그렇지만 이들이 현실의 모순을 도외시하고 무조건 작품속으로 침잠하는 것은 아니다.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비록 사회에적극 참여하는 미술운동이 침체기에 빠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들은 80년대의 비판의식을 다른 각도에서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예컨대 시위현장의 걸개등 실천적 그림을 그렸던 김천일씨(21~27일 전시)는 버스나 전철등 앞으로만 향해가는물체와 지하도 속의 인물들을 겹쳐놓으면서 무료하게 반복되는 도시인의 일상을 회녹청색의 화폭에 담고 있다.
또 현실미술을 지향하며 91년 결성된 『두벌갈이』등을 통해 오늘날의 불명확한 상황을 다양하게 표출하는 노재영씨는 90년대들어와 보다 맹위를 떨치고 있는 자본의 힘과 논리를 주목한다.
마이크를 들고 노래하는 사람,스포츠카를 시원하게 모는 젊은 여성등 물질문화의 대세에 묻혀 자아를 잃어버린 도시의 젊은이를 통해 자본주의 소비사회의 여러 징후와 부작용을 집중적으로 성찰하고 있다.그리고 67년생인 여승열씨는 상품광고의 화려한 시각이미지를 통해 증폭되는 현대인의 욕 망과 이의 발산을 억제하는소시민적 생활규범을 희화화하고 있다.
이렇듯 이들은 각자의 개별적인 발언으로 획일적인 대중문화가 판치는 오늘날 우리사회의 무력하고 부정적인 구석을 파고들고 있다.또 이번 전시는 일회적이고 산발적인 행사에 그쳤던 젊은 작가들을 4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에 한데 모아 현실에 대한 젊은이들의 여러 목소리를 일관성 있게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한편 앞으로 예정된 전시는▲노재영전(7월5~11일)▲여승열전(12~18일)▲최광수전(19~25일)▲이동주전(26일~8월1일)▲임소영전(8월2~8일)▲이상권전(8월16~22일)▲박형식전(8월23~29일)▲김상섭전(8월30일~9월5일 )▲곽은숙전(9월6~17일)등이다.
朴正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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