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EU통상전문가 獨 프라이탁박사-美.日 車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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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美.日자동차 분쟁은 당사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협상이 결렬된경우 그 파장은 전세계로 확대될 우려가 있으며 다자간 무역협상의 결정체인 세계무역기구(WTO)조차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유럽연합(EU)통상문제전문가인 안드레아스 프라이탁박사(獨 쾰른大경제정책연구소) 기고를 통해 주변국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본다. <편집자 주> 자동차 시장을 둘러싼 美.日간 분쟁이 중대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클린턴 美대통령은 28일부터 일본産 고급승용차에 대해 제재를 단행할 방침이다.
미국의 주장은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미국産 부품의 자율구매의무를 충실히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이러한 미국측의 주장에 일본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유럽의 시각에서 보면(전세계적인 시각이기도 하지만) 두가지 문제가 대두된다.이 분쟁이 유럽의 자동차생산과 소비에 미치는 영향과 세계무역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바로그것이다.
유럽의 자동차업체 특히 고급차 생산업체들은 두가지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하나는 일본차에 대한 미국의 보복관세로 얻게되는 미국시장에서의 상대적 우위며 다른 하나는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미국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여타시장에서 가격 인하 등을 시도할 것이란 점이다.
일본은 유럽시장에서 수출자율 규제형식으로 판매대수를 제한하고있기 때문에 소형차의 판매를 줄이는 대신 이에 상응하는 수량만큼 고급차를 판매하는「업 그레이딩」전략을 취할 것이다.현재로서는 그 효과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지만 유럽자동 차 업체에 불리하게 될 소지가 많다.
일본이 가격인하.품질개선.품목다양화 등의 대체조치를 취한다면유럽의 소비자들은 혜택을 받을 것이다.그러나 대체조치는 미국 통상제재의 지속여부,유럽측의 역대응 여부에 달려 있으므로 선택이 용이한 것은 아니다.
또한 美.日간 자동차분쟁은 다자간 무역질서에 기본적인 문제를야기시킨다.
첫째 특정산업 분야에서의 무역협정은 생산요소와 상품의 자유로운 흐름을 왜곡시킨다.美.日간 협정내용이「필요한 만큼만 사도록」하는 것이었다면 미국이 압력을 행사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이번 분쟁이 선례가 돼 미국이나 유럽.동아 시아 등 힘있는 그룹이 무역거래량 획정 협상을 강요한다면 매우 큰 문제다.규제된 무역(관리무역)은 경쟁을 통해 복지를 증진시키려는 무역의 기본이념에 반하기 때문이다.
둘째로 자유무역의 신봉자인 미국이 자꾸만 이를 일탈하려는 점이 우려된다.경쟁의 결과가 미국의 뜻에 반하면 상대국의 양허를얻어내기 위해 무역제재나 쌍무협상을 강요하곤 한다.미국이 이 수단을 계속 사용하면 다른 나라도 뒤따르게 되고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이 제대로 뿌리내리기 어렵다.또한 세계무역질서의 붕괴와 함께 다른 나라의 성장과 복지를 저해할 위험이 크다.
통상분쟁은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보다 정치.사회적 기본문제 해결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마련이다.따라서 다자간 무역질서의 약화는 반드시 방지돼야 한다.위협만으로 실추된 경쟁력이나 무역불균형이 회복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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