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세상보기>40代 旗手論 70代和解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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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나 김영삼(金泳三)은 깊은 의무감과 굳은 결단 그리고 벅찬희생을 각오하면서 71년 선거에 신민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설 것을 당원과 국민 앞에 밝힌다.』42세짜리 야당 원내총무의 세대교체(世代交替)주장은 이처럼 신선했다.제7대 대통 령 선거를1년반쯤 앞둔 69년 11월 8일의 일이다.뒤를 이어 김대중(金大中).이철승(李哲承)의원이 경선 대열에 합류했다.노쇠한 야당 지도세력을 물갈이하는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올린 것은 바로 이 40대 기수론(旗手論)이다.당 원로 들은 이들이 구상유취(口尙乳臭)하다고 했다.
『나와 같은 40대 동지의 승리는 신민당의 승리요,바로 나 김영삼의 승리다.』70년9월29일 서울 시민회관에서 열린 신민당 대통령 후보 지명대회에서 김대중 후보에게 역전패한 김영삼 후보의 패배선언이다.사람들은 이 과정이 드라마틱하고 참신한 정치사의 일장(一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 『97년 대선(大選)에서 새 세대 인물이 대통령에 선출될것』이라는 金대통령의 예언이 95년판(版)세대교체론의 핵심이 되고 있다.이 예언은 40대 기수론을 같이 표방한 김대중 亞太재단 이사장을 세대교체의 대상으로 겨냥한 것이라는 추측이 유력하다.92년 대선으로 한국 정치의 3金 구도는 이미 와해됐는데도 김대중씨가 다시 정계에 복귀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해석이다.세대교체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하는사람이 이 예언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5.16처럼 총검에 의하거나,누구를 배척하기 위한 인위적인세대교체가 나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한다.특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물러나라고 강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나이는 노화(老化)의 원인이 아니라고 첨단 의학이론은 밝 히고 있다.
양자(量子)물리학과 생명학을 결합시킨 미국의 디팩 초프라(Deepack Chopra)박사는 『우리의 몸은 무한히 창조되고 새로워지는 우주의 일부분』이라고 역설한다.우리 몸의 세포와 기관(器官)들은 순전히 나이때문에 그 기 능이 멈추기 전까지 1백15년 내지 1백30년은 쉽게 견딜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노화에 대한 첨단학설을 이해한다면 나이를 기준으로 한 세대교체는 타당성을 띠기 어렵다.
□ 그러고 보니 40대 기수론의 그 젊은 지도자들이 어느새 70대,또는 望 70이 됐다.나이를 기준으로 한 세대교체론에 따르면 너나 없이 물러가라는 소리를 듣게 됐다.그러니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처지에서 서로를 배척하지 말고 대화해( 大和解)의 손을 잡는 것이 어떨까.그래서 뒤를 잇겠다는 젊은 정치가가새로운 비전으로 도전한다면 「30년전의 자화상(自畵像)」을 보는 것처럼 너그럽게 대하는 것도 향기로운 일일 것이다.드골이 퐁피두를,아이크가 닉슨을,레이건이 부시를 키우는 재미도 같이 누려보면 좋을 것이다.北에조차 大유화적(宥和的)인 자세를 취하는 지금 그 누구에겐들 화해의 손길을 뻗을 수 없단 말인가.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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