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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초대석>천재선언-非사실적인 영상 릴레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이장호감독이 84년 『바보선언』이후 11년만에 그와 대칭되는제목을 붙여 만든 『천재선언』은 지금까지 볼수 없었던 새로운 점이 있는 작품이다.하지만 그 새로운 점들이 내용의 난해함이나구성의 복잡함을 넘어 관객들에게 얼마나 전달될 지는 미지수다.
『천재선언』은 제작의도나 깔고있는 의식면에서 이전 작품들과 궤를 같이 한다.하지만 내용이나 구성상으로는 완전히 차별화된다.74년 20세의 나이에 『별들의 고향』으로 데뷔한 李감독은 『어둠의 자식들』『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등 사회성 짙은 영화를 많이 만들어 주목받아왔다.하지만 이번 영화는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하거나 가벼운 풍자에 그쳤던 이전 모습들과는 달리 철저히 非사실적인 내용에다 지독한 은유법으로 온통 치장하고 있는 표현주의적 영화인 것이다.
이 영화는 일종의 우화다.등장인물만 봐도 그렇다.이름부터가 그렇고 별명조차도 특이하다.
안성기는 「이상한 빛」이라 불리는 속물로 영화속 이름은 본명의 어를 아로 바꾼 「상기」다.슈퍼모델 홍진경은 슈퍼모델을 지망하는 여고생역인데 본명대로 진경이라는 이름을 가졌으며 별명은「알 수 없는 눈물」이다.「수상한 소리」라는 별 명의 신통력을가진 사내 역할을 맡은 김명곤은 자신의 영화속 이름을 갖지 못한다. 영화속에서 안성기는 속물근성으로 가득찬 나쁜 남자며,홍진경은 순수한 영혼의 착한 신세대다.여기에 예언력과 신통력을 가진 김명곤이 가세해 전체적으로 악남선녀(惡男善女)와 둘 사이에 끼어든 천사라는 구도를 이룬다.
李감독은 이런 인물 구도아래 주변인물들이 벌이는 온갖 비상식적 장면들을 정신없을만큼 계속 늘어놓고서는 『이런 것들이 이 시대의 세기말적 풍속도』라고 주장한다.
〈7월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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