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製,유무상增資공시 번복 파장-허술한 공시관리 문제점노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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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인삼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고제(高製,코드2003)가 증권거래소를 통해 유.무상증자를 공시해 놓고 뒤늦게 이를 번복해 물의를 빚고 있다.아울러 증권거래소의 기업공시제도 운영에도 허술함이 노출돼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고제가 증자(유상 1주당 0.205714,무상 1주당 0.4)를 공시한 때는 지난 19일 폐장직후.공시후 내용을 검토한 증권거래소는 고제가 지난해 순손실 발생으로 상장법인 재무관리규정 13조에 저촉돼 무상증자를 할 수 없음을 뒤늦 게 밝혀냈고이를 회사측에 통보했다.이에 따라 고제는 이날밤 늦게 이사회를열어 유.무상증자를 모두 철회하는 소동을 빚었다.
고제측은 『규정을 잘 몰랐다』며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증권거래소는 증자철회 사실을 알릴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20일 하룻동안 매매를 정지시키는 한편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해 증권관리위원회에 제재를 요청했다.아울러 있 을지도 모를내부자거래를 조사하기 위해 매매심리에 착수했다.
이번 사고는 규정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증자를 결정한 고제측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하지만 공시내용을 사전 심의없이그대로 내보내는 증권거래소의 허술한 공시제도 운영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특히 고제처럼 규정을 잘 모르는 상장사가 적지않은 것으로 추정돼 현 공시제도 아래서는 비슷한 사고의 재발 가능성이 다분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증권거래소가 공시를 소홀히 한 상장사에 응분의 사후 제재조치를 하지 못하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이는 상장사가공시를 우습게 여기는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실제로 공시 유효기간인 한 달이 지나면 공시를 번복하는 일이 다반사이고,올 들어서만 고제에 앞서 한국유리.현대건설.동부화학.대우 등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으나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시장관계자들은 『그동안 궁금한 내용은 공시되지 않은 채 알맹이 없는 면피용 공시나 잘못된 공시가 범벅이 되는 바람에 투자자들만 골탕먹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상장사들은 정확한 내용을 신속하게 발표하고 증권거래소는 이를 적절■ 유도할 수 있도록 공시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高鉉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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