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149, 조치훈의 마지막 흔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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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결승전 제1국
[제7보 (132~154)]
白.朴永訓 5단 黑.趙治勳 9단

박영훈이 물러서면 조치훈은 달려든다. 趙9단의 모습이 성난 파도와 같다.

朴5단이 패를 중단하고 132로 후방을 공고히 한 것은 승산을 읽었기 때문이다. 133은 좀 아프지만 134 살아두면 만사는 정리되고 이제 약간 유리한 가운데 계가할 일만 남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趙9단은 이대로 끝내기에 끌려갈 수 없다. 판을 뒤흔들어 반드시 풍파를 일으켜야 기회가 있다. 135부터 일단 귀를 안정시킨다. 한집이 금쪽 같은 趙9단은 공배 같은 중앙 쪽으로 연결하는 대신 귀의 실리를 파낸다.

자연 바둑은 엷어진다. 그러나 엷음을 두려워 할 처지가 아니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이대로 끌려가면 틀림없이 지는 바둑이기에 공격당할 걱정 따위는 접어두고 실리를 챙길 수 있는 한 챙긴다.

149에서 趙9단의 심회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150, 152의 절단은 몹시 통렬하다. 흑이 지켜두면 상당한 중앙집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인데 이렇게 끊어지는 순간 중앙은 공배가 된다. 그러나 중앙을 지키면 백이 149를 차지한다.

그 절박한 현실인식이 149를 만들어냈다. 152의 절단은 눈물이 나게 아픈 곳. 이제 흑은 '참고도'처럼 움직이는게 상식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움직일 바엔 149를 두지 않았을 것이다. 趙9단의 149엔 처절하고도 비장한 한가닥 노림이 숨겨져 있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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