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허탈만 안겨준 老人토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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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4일 오후2시 부산시연제구거제동 국제신문 4층 중강당에서는「부산노인의 전화」등 노인문제 관련 3개단체의 공동주최로 「민선 부산시장 후보자초청 사회복지(노인)정책 토론회」가 마련됐다.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등 소외된 노인들이 토론회 시작 10여분 전에 5백여석의 강당을 꽉 메웠다.그러나 정작 초청된 부산시장 후보 4명은 정해진 토론시간이지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곳곳에서 「힘없는 노인」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5분쯤 늦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가 입장했다.사회자는 『무소속 김현옥(金玄玉)후보는 장애인단체가 찾아와 그들의 애로를 듣느라 참석이 불가능하다고 지금 막 전해왔다』고 안내통지를했다.金후보는 이날 오전까지 누차 『토론회에 꼭 참석하겠다』고주최측에 알려왔었다.
민자당 문정수(文正秀)후보와 무소속 배상한(裵相漢)후보는 아무런 통고조차 없이 불참했다.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단체는 이미3일전에 참석을 요청했고 후보들로부터 『꼭 참석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행사를 추진했었다.
「높으신 후보」들이 「보잘것 없는」 자신들을 위해 뭔가 청사진을 펴주리라 기대했던 노인들은 『그러면 그렇지…』하며 허탈한모습이었다.질문할 자료를 잔뜩 준비해 기다렸던 사회자(李현우 부산수산대 교무처장)와 질의자(裵창진 애광양로원 장등 5명)들도 맥빠진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부산노인의 전화」신섭중(愼燮重.63.부산대교수)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제2의 도시에 아직 노인전문병원 하나 없는게 현실인데 후보들이 3명이나 불참해 대단히 안타깝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후보들은 일정이 바빴겠지만 이날 태도는 평소 노인과 노인문제에 대한 그들의 자세나 철학을 그대로 드러낸게 아닌가 싶다.결과적으로 이 지역 노인문제는 텅빈 자리만큼이나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釜山=鄭容伯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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