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작&상영작] '어깨동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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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동무 ★★(만점 ★5개)

'가문의 영광'에 이어 유동근이 어깨(건달) 역을 맡은 이 영화는 유머의 종합선물세트 같다. 유명 광고와 영화를 패러디하고 시중에 떠도는 유머를 연속해 짜깁기해낸다. 어디서 분명히 보고 들은 대사이며 장면이지만, 어쨌든 "이 영화 늘어지잖아" 소리는 안 듣게 만들었다. 그것이 이 영화의 힘이라면 힘이다.

영화는 동네 어깨들(유동근.이문식.최령)과 동무(이성진)라는 이름을 가진 청년이 재벌 비리를 담은 비디오 테이프 한개 때문에 인연을 맺게 된다는 내용이다.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테이프를 빌려간 동무, 동무를 납치해 자신들이 형사라며 테이프를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건달, 행방이 묘연해진 테이프, 여기에 이들 건달에게 테이프 입수 작업을 하청한 조직폭력단. 대충 이런 구도라면 어떤 줄거리로 이어질지는 쉽게 짐작이 간다.

연출의 관건은 재미있는 유머를 얼마나 많이, 효과적으로 넣느냐는 것. 동무가 형사라는 말을 안 믿자, 어깨들은 "우린 주민등록증도 없어. 이미 죽은 것으로 돼 있지"라며 '실미도' 한 대목을 흉내내고, 그래도 안 믿자 "우린 FBI다"(최령), "우린 사스(SARS)야"(이문식)라고 외친다. 짝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친'과 약혼한다는 동영상 메시지를 보내자 동무는 "제발 이런 동영상은 보내지마"라며 울먹인다. 또 "나 안기부야" "아, 국정원?" "국정원은 누구야?"라는 약간은 철 지난 듯한 농담도 등장한다.

어쨌든 대하 드라마 속 임금에서 족보 없는 동네 건달로 하락한 유동근의 한 10년쯤 젊어 보이는 연기, 코미디 연기의 달인이라 불러도 아깝지 않을 이문식의 빛을 발하는 순발력, TV 오락 프로그램에서 끼를 보인 가수 이성진의 연기자로 변신 등은 점수를 줄 만하다. 너무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면, 영화는 재미있다. 유치하다면서도 혼자 키득거리며 보게 되는 유머집처럼….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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